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광안리 슬픈 노래 본문
광안리 바닷가를 걸을 때,
비올라의 잔잔한 선율이 어울리는
어느 겨울의 이른 아침 바다.
손 타지 않은 순결한 물이랑 사이로 스미는
하얀빛.
휘어감은 초록색 머플러 끝자락이 휘날리는 날에,
바닷빛은 하늘빛.
하늘빛은 바다 빛.
그 사이로 흐르는 바람은 슬픈 빛.
차운 바람에 슬긴 이슬처럼
투명한 슬픈 빛 사이로 걷는
마음이 슬픈 사람.
두렵다.
갈 곳도 없이 나서야 하고,
갈 곳도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이 두려움에 떤다.
걷고,
걷고, 또 걸어도,
그 끝이 외로운 바닷길에서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 던져진 사람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기다리며....
..... 그리고,
그 밑에는 심연이 있다.
아아! 나의 발밑에 있는 이 검은 슬픈 바다.
아아! 운명의 바다.
그 속으로 나는 지금 내려가고 있다.
..... 고통 속으로,
다시없는 캄캄한 어둠의 물결 속으로 까지.
나의 운명은 그것을 그처럼 원하고 있다.
나는 각오하였노라......... 니체...
해안의 다른쪽 끝에 당도하여.
걸어온 길로 다시 돌아설 때.
초록색 머플러 끝에서,
바다, 하늘의
애잔한 노래소리.
# 1998년 IMF 외환위기 사태로 모든 재산과 명예까지 다 잃은 후, 이른 아침에
광안리 해수욕장 바닷가를 산책하며 마음을 추스리는 때가 있었다.
....1999년<고백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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