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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경복궁 건축의 멋 본문
경복궁 건축의 멋
匠人과 裝人
강녕전 뒷편에서 교태전으로 드는 한켠에
나의 팔보다 더 큰 카메라를
삼각대위에 올려놓고
그 곁에 큰 가방과 또 작은 가방 하나
예술가들이 쓰는 모자를 쓰고
주머니가 셀 수도 없이 많은 작업 조끼를 입은
그 분은 손에 조도 측정기를 들고
촬영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 한번 쳐다보고
그 하늘빛에 의해 드리워진 그림자를 재어보고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쪽에서부터 이동을 시작하여
강녕전을 지나 교태전으로 들어설 때
그 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오전 9시 반경.
향원정까지 돌고 다시 교태전 서측을 지날 때도
그 분은 그 자리이다.
마지막 경회루 촬영을 마치고 근정전앞으로 가기위해
다시 지날 때도
그 분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연신 하늘 한번 보고
손에 든 조도 측정기를 보고 있었다.
오전 11시 반.
그 분이 단 한장의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위해
두시간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넥타이를 매고 양복 정장을 한 나는
손바닥안에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디카를 들고
경복궁을 한바퀴를 다 돌면서
100장에 가까운 사진을 찍어 나오고 있었다.
전날에도 오후 4시 15분부터 6시까지 1시간 45분 동안
창덕궁을 돌며 70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순간 부끄럽다는 생각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한장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
하늘빛과 구름 형상
그리고 그림자까지 맞추기 위해 기다리시는 그 분과
그 고고한 고궁과 풍경들에게
무작위로 풍경 채집을 가볍게 남발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그 분은 匠人이고
나는 그저 꾸미기에 급급한 裝人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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