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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서울역 본문
서울역
비에젖은 서울역
쓰다 버린 것들과 남은 것들이
모두 이곳에 와서 모여있다.
여름이라서 더욱 찬 빗줄기가 떨어져
찢어진 신문지 조각,
먹다 배앝은 음식 찌꺼기들을 축축하게 적신다.
밤이 깊으면서 모두들 옛날을 재연한다.
1987년 그 우렁찬 함성……
1980년의 육중한 탱크 소리, 비명 소리……
1960년의 그 빛나던 환호……
그리고,
아아 1941년,
석탄재 풀풀 날리는 화물칸에 실려 압록강을 건넜지,
그 광활한 외인의 땅……
버린 것들은 버린 것들끼리 술판을 벌이고
남은 것들은 남은 것들끼리 싸움판을 벌여
광장에 작은 지도가 만들어진다,
비에 젖은
눈물에 젖은 이 나라의 지도가.
....신경림 <비에젖은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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