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R A C E
그 섬
08/18 8시간을 배를 탔다. 가도가도 바다였다. 지금도 배를 탄 양 노트가 어지럽다. 흐린 날씨. 흐린 바다. 짙은 녹색의 바다. 잉크빛의 바다. 바다는 그렇게 두가지 색을 보여주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녹색바다 밑으로 옥색거품이 구른다. 잉크빛 바다 밑으로 또 흐린 잉크빛이 구른다. 바다는 유리조각이었다. 95. 8.2
배가 뜨지 못했다. 섬에서 갇히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오전내내 부둣가에서 배를 기다렸다. 다시 짐을 풀고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쉬다가 걷다가 헤메다가 섬 반대편 포구에 이르렀을 땐 지쳐 그대로 누워버렸다. 감았던 눈을 떠보니 하늘엔 온통 잠자리떼들. 어디서 저 많은 잠자리들이 날아왔을까? 벼랑에 가득 피어있는 노란 나리꽃 사이로 쉼없이 날아다닌다. 방파제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늦은 오후. 하늘엔 먹구름이 재빨리 흐르고 있었고, 그 구름 위로 맑은 하늘이 거짓말처럼 보였다. 회색하늘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그 빛이 수평선을 비추자 하늘과 맞닿은 그 곳엔 은빛의 눈부신 선이 그어졌다. 아름다웠다. 가슴이 아려왔다. 너무 아름다워. 슬프도록 아름다워. 8.4
(오늘도 배를 못 탔다.) 바위 끝 절벽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다봅니다. 바위에 처절하게 부딪히는 파도를 보며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공주를 떠올립니다.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진정 바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얀 바위여서 백바위인지... 언뜻 본 인상이 좀 괴기스럽습니다. 마치 죽어버린 듯한 바위 등을 밟으며 올라보니 저 처절한 파도소리가 죽은 바위의 장송곡을 부르는 듯 합니다. 뛰어내리고 싶은 절벽. 나를 부르는 듯한 바다. 순간 온 몸에 한기가 느껴집니다. 어쩐지 많은 이야기를 삼켰을 것 같은 바위와 바다. 심장은 심하게 뛰기 시작하고...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겠습니다. 95. 8.
'과거를 다른 나라라고 한다면 여행은 시간을 과거로 옮겨주는
마술사이다.' '그 섬'이 미치도록 그립다. 아련한 꿈같이 그 섬은 존재했고 우린 '자유'로왔다. '그 바다'가 그립고, 맞은편 언덕으로 사라져 가던 구불거리던
'그 길'도 ... 가슴 아프게 그립다. 마을 언덕 촘촘이 들어선 지붕들 한가운데 서 있던 하얀교회도, 드리우기만 하면 펄떡이던 물고기들도 그립다. 처음, 처음 자유롭게 여행을 갔었다. 그 진한 자유를 맛보고 내 몸은 아직 흥분되어 있다. 여행. 자유로운 여행은 눈에 가득 눈물고임과 터질 것 같은 가슴저림이 있다. 95.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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