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GRACE 2 그 섬 본문

詩와 여행

GRACE 2 그 섬

SHADHA 2004. 1. 26. 18:01
728x90


G R A C E




그 섬

08/18

 

 

 

 

8시간을 배를 탔다.
가도가도 바다였다.
지금도 배를 탄 양 노트가 어지럽다.
흐린 날씨. 흐린 바다.
짙은 녹색의 바다. 잉크빛의 바다.
바다는 그렇게 두가지 색을 보여주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녹색바다 밑으로 옥색거품이 구른다.
잉크빛 바다 밑으로 또 흐린 잉크빛이 구른다.
바다는 유리조각이었다.
95. 8.2


배가 뜨지 못했다.
섬에서 갇히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오전내내 부둣가에서 배를 기다렸다.
다시 짐을 풀고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쉬다가 걷다가 헤메다가
섬 반대편 포구에 이르렀을 땐 지쳐 그대로 누워버렸다.
감았던 눈을 떠보니 하늘엔 온통 잠자리떼들.
어디서 저 많은 잠자리들이 날아왔을까?
벼랑에 가득 피어있는 노란 나리꽃 사이로 쉼없이 날아다닌다.
방파제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늦은 오후.
하늘엔 먹구름이 재빨리 흐르고 있었고,
그 구름 위로 맑은 하늘이 거짓말처럼 보였다.
회색하늘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그 빛이 수평선을 비추자
하늘과 맞닿은 그 곳엔 은빛의 눈부신 선이 그어졌다.
아름다웠다.
가슴이 아려왔다.
너무 아름다워. 슬프도록 아름다워.
8.4


(오늘도 배를 못 탔다.)
바위 끝 절벽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다봅니다.
바위에 처절하게 부딪히는 파도를 보며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공주를 떠올립니다.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진정 바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얀 바위여서 백바위인지...
언뜻 본 인상이 좀 괴기스럽습니다.
마치 죽어버린 듯한 바위 등을 밟으며 올라보니
저 처절한 파도소리가 죽은 바위의 장송곡을 부르는 듯 합니다.
뛰어내리고 싶은 절벽.
나를 부르는 듯한 바다.
순간 온 몸에 한기가 느껴집니다.
어쩐지 많은 이야기를 삼켰을 것 같은 바위와 바다.
심장은 심하게 뛰기 시작하고...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겠습니다.
95. 8.


'과거를 다른 나라라고 한다면 여행은 시간을 과거로 옮겨주는

마술사이다.'
'그 섬'이 미치도록 그립다.
아련한 꿈같이 그 섬은 존재했고
우린 '자유'로왔다.
'그 바다'가 그립고, 맞은편 언덕으로 사라져 가던 구불거리던

'그 길'도 ...
가슴 아프게 그립다.
마을 언덕 촘촘이 들어선 지붕들 한가운데 서 있던 하얀교회도,
드리우기만 하면 펄떡이던 물고기들도 그립다.
처음, 처음 자유롭게 여행을 갔었다.
그 진한 자유를 맛보고 내 몸은 아직 흥분되어 있다.
여행. 자유로운 여행은
눈에 가득 눈물고임과
터질 것 같은 가슴저림이 있다.
95. 8.14 


 





'詩와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GRACE06 어느 봄날 - 삶의 예찬 1,2  (0) 2004.01.26
GRACE05 친구에게 쓰는 답장  (0) 2004.01.26
GRACE04 그 어떤 새벽에  (0) 2004.01.26
GRACE03 어리석었던 시간들  (0) 2004.01.26
GRACE 1 숲 1,2,3  (0) 2004.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