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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숨결(경북)

봉계의 축제

SHADHA 2005. 10. 27. 00:03

 




봉계의 축제
오래된 인연





1982년말쯤인가,
1983년초쯤인가에 나는 그를 만났다.
둘 다 아주 젊은 청년시절이었다.
그는 청년이라기보다는 소년의 티를
갓 벗어났을 때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항상 머물면서
나의 분신처럼 지금까지 내 곁에 있다.
갓 소년의 티를 벗어난 때 만났던 그가
이제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으나
내게는 늘 그 때,
처음 만난 그 때와 다름없어 보여
아직도 어린 청년처럼 느껴진다.

P 실장.

그는 내게 친구이기도 하며,
업무의 파트너이기도 하고,
친동생보다 더 가까운 동생이기도 하고,
나의 자문역이기도 하다.
오래 같이 생활하다보니 서로가 닮아간다.
비슷해진 취향에다,
건축 디자인하는 컨셉까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아주 편하다.
그는 나의 숨소리만 듣고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이고,
심지어는 나의 꿈까지 대신 꾸어준다.

...오늘 돈이 조금 들어 올겁니다.
...왜 ?
...어젯밤 꿈에 사장님이 돈을 받았습니다.

그 날은 어김없이 큰 돈이든, 작은 돈이든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남들이 내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쓴소리를 나의 앞에서 하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과 후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같이 저녁먹고 영화를 보러간다.
가끔 아내와 한번씩 영화를 보러 가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영화는 P 실장과 같이 보러간다.
그는 나의 인생에서 아주 친근하고
중요하고 귀한 인연이 되어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14일 금요일 오전.
P실장과 동행하여 영천쪽으로 출장을 가는 길.
차를 고속도로에 올리지 않고
양산, 통도사, 언양, 경주로 이어지는 국도에 올리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요즘은 금요일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토요일이 휴일화가 된 까닭이다.
그리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고,
오랫만에 P실장과 시외로 함께 나가기 때문이다.

...점심 뭐 먹을래 ? 맛있는 것 사줄께.
...무엇을 먹을 것인지 이미 다 생각해 놓고
저한테 왜 묻습니까 ?

그렇다, 그는 이미 내가 그 국도를 선택했을 때
점심을 무엇으로 먹으려고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장난끼가 발동하여 계속 말을 하였다.

...1번 한식, 2번 중식, 3번 양식, 4번 일식,
자, 네 마음대로 선택해라..
...그럼, 일식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야끼우동, 오뎅, 라면,
...양식에는요 ?
...돈까스, 햄버거, 핫도그, 빵.
...그럼 중식에는 짜장면, 우동이겠네요 뭐.
...특별히 짬뽕도 포함한다.

그는 계속 맛장구를 쳐준다.
우리는 그 재미로 어린 아이들처럼 낄낄거린다.

...그럼, 한식은요.
...칼국수.
...그럼 오늘 점심 굶읍시다.

우리의 시외 출장길에 빠지지 않는 단골집들이 있다.
진영쪽에 십수년 단골 할매 갈비집.
언양 불고기의 단골집.
산내 산정의 단골집.
봉계의 단골집.
오늘은 봉계에 도착 할 시점이 점심시간이어서
봉계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이 봉계 불고기 축제의 첫날이었다.
우리는 단골집 대신 축제장으로 들어서서
넓은 축제장 한켠에 앉아
육회와 생고기를 숯불 연기속에서 즐겼다.

...우리는 특히 축제에 치명적으로 약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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