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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오정순28 우리는 3시와 4시 사이를 본다 본문

줄의 운명

오정순28 우리는 3시와 4시 사이를 본다

SHADHA 2004. 1. 29. 21:35


오 정 순




우리는 3시와 4시 사이를 본다

12/20






모든 조건은 1회에 최선이라는 말이 해당되는가 봅니다.

여행지가 같아도 가는 사람마다 다른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닫고 오니 말입니다.
 
우연한 발견인지 의도적인지 모르겠으나 시계가 많네요.

4시, 3시, 1시반, 3시5분, 4시10분, 4시5분전, 3시10분, 4시 10분전

우리는 영국의 3시와 4시 사이를 보았습니다.

재미있네요.


뾰족하고 솟은 건축물을 보면서

항아리를 생각했습니다.


처음 서울에 와서 항아리를 보니

서울 항아리는 지방항아리와 모양새가

형편없이 달랐습니다.

원래 항아리는 목이 가늘고 짜리몽딱한 체격에 허리가

압권이어야 푸근하고 정겨운데,

서울의 항아리는 날씬 한거예요.

참으로 이상했지요.


오래 살다가 나는 하나의 공통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항아리를 놓는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아서

위로 세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일본의 욕조는 앉아있게 되었거나 서 있게 세로로

깊은 욕조로 되어있거든요.

게다가 세면대는 장난감처럼 손가락만 조물거리게 작은 것도 있답니다.

필요에 의한 발상이라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면

영국의 뾰족지붕은 건축양식 이전에 무슨 발상에서 시작되었을까를

그냥 한번 생각해봅니다.

집이 납작하면 안정감이 있고 어딘지 모르게 푸근해지는데

너무 도시적이라서 중압감이 도네요.

아, 나는 조촐한 꽃밭에 앉은뱅이 돌려가며 피는 둥근

초가지붕이 그립다.

토방에 내려비치는 햇살 한줌 건져

이마에 얹고

찡그린 얼굴로 인사하여도

그 곳이 그립다.


그래도 영국에 갈래? 하고 물으면

나는 당연히 가고싶다고 말할것입니다..

이런 모순을 누가 치유해줄까요?

잘 보았습니다.

사드하님의 부지런함에 감탄합니다.

건강하시고 복된 한 해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