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객실 창 밖 하얀 가로등과 달빛에...
07/12
객실 창 밖 하얀 가로등과 달빛에...
몇 가지 잔일이 끝나자 정말 방학다운 쉼이 찾아왔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책과 인터넷에 주문한 책들로 어린 애 키만큼 쌓이자 마음이 먼저 뿌듯해집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책과 뒹굴며 태풍 후 서늘함을 즐겼답니다.
바다는 또 다른 바다로의 떠남을 유혹하고, 그 푸른 비늘 위를 맨발로 달려 오라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면 먹물같은 액체로 변해 마왕처럼 울부짖을 것 같은 바다...
Bondi의 이른 새벽, 신생의 해안선 따라 걷노라면 아득히 밀려오는 새 빛의 알갱이들... 외로움 보다 더 황홀한 혼자의 자유, 그 싸느란 포만의 느낌이 아름답습니다.
대학 때 처음 가 본 송정 해수욕장, 동래온천장에 사는 친구 집 근처, 금강원인가? 그리고 신혼여행의 첫날을 지낸 해운대 조선 비치 호텔 500호. 객실 창 밖 하얀 가로등과 달빛에 무엇을 속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루 지난 새벽, 창가에서 내려다 본 해변가에는 누가 또 잔뜩 부려다 놓았나 알에서 갓 깨어난 듯 수많은 신혼의 부부들을, 부딪치는 파도에 옷 젖으며 자지러지는 소리... 나는 이미 엄청난 곳으로 옮겨온 것 같은 당황스런 느낌에 나보다 하루 늦게 결혼한 그들이 까마득한 해운대 모래밭의 파라솔처럼 고왔습니다.
'00.7.12. 내 마음의 해운대를 회상하며 푸른샘 씀
ps : shadha님, 오늘 해가 좋아서 모시 옷들을 푸새하며 올릴 글을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또 내가 다니는 장애인 도예 공방에 좀 더 자주 가야한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사유의 파장이 통했나요? 그 멋진 분을 가까이 모시고 또 교류할 수 있고 또 그런 마음을 가진 님은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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