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잠깐 살아난 의식 사이로 본...
07/18
잠깐 살아난 의식 사이로 본...
삶이 죽음의 방으로 들어서는 것은 아주 짧은 찰라일 수도, 혹은 아주 느리고 긴 여행일 수도 있나 봅니다. 추풍령의 굽은 길에서는 그토록 빠른 일이, 다른 누구에겐 잔인하도록 오랜 형벌로 주어지기도 하니까요.
배 아래 깊숙이 갇힌 노예들의 근육과 힘줄만을 산 사람들은, 결코 그들의 뇌와 시신경에는 관심이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멀리 옮겨지고도 살 수 있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마치 신처럼 너의 운명을... 멀리 옮기노라...
어제는 한 젊은 남자의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상자에 담긴 은유적인 이미지를 다 알고 있는 한 여인의 號哭소리가 온 가슴을 후벼파는 듯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멀리 옮겨진다는 것은 남은 자에게 무엇을 당부하는 피동적 행위입니까?
그대, 잠깐 살아난 의식으로 본, 상자의 가느다란 틈새로 본 처연한 그녀를 두고는 갈 수 없었으리라, 정녕 살과 피는 흙으로 돌아가도 상자를 떠난 유기적 이미지는 끝내 그녀를 감싸고 돌 것입니다. 무력한 나는 삶이 그녀에게 좀 더 관대하기만을 빌었답니다. 그녀도 더 이상 포기해서는 안 될 삶을 당차게 움켜쥐기를 빌었답니다.
'00.7.18 살아서 흙에 묻히는 꿈을 자주 꾸던 푸른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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