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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푸른샘86 조르바의 영혼을 닮아버린 자제불능의 밤 본문

깊고 푸른 샘

푸른샘86 조르바의 영혼을 닮아버린 자제불능의 밤

SHADHA 2004. 2. 1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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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샘




조르바의 영혼을 닮아버린 자제불능의 밤.

05/25








 
조르바의 영혼을 닮아버린 자제불능의 밤.


세 사람은 모두 황홀한 기분이었다.
꽤 오랫동안 아무 말도 서로 건네지 않았다.
우리는 영혼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다니는 육체라는 이름의 짐승을
실컷 먹이고 마른 목은 포도주로 축여 주었다.

음식은 곧 피로 변했고 세상은 더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 옆에 앉은 여자는 시시각각으로 젊어졌다.
얼굴의 주름살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 앞에 걸린,
초록 재킷과 노란 조끼를 입은 듯한 앵무새는 고개를 숙이고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앵무새는 마법에 걸린 가엾은 사내,
아니면 초록색과 노란 드레스를 입은 퇴물 카바레 가수의 영혼 같기도 했다.

우리 머리 위의 포도 넝쿨은 언제부터 그랬는지
시커먼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조르바의 눈은 끊임없이 구르고 있었고,
온 세상을 끌어안고 싶다는 듯이 팔을 벌렸다.
그리고는 놀란 듯이 소리쳤다.

<어떻게 된 겁니까, 두목.
눈깔만한 잔으로 포도주를 마셨는데 세상이 돌아버리니 말입니다.
오, 두목
인생이란 참 요상한 것이로군요.>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3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