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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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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샘

푸른샘95 마침내 내 안에서 無化되기를

SHADHA 2004. 2. 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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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샘




마침내 내 안에서 無化되기를 ...

07/18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대립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격 차이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예술관 자체가 서로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달랐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예술은 '탐구'였고, 탐구의 대상은 '자연'이었다. 그에게 예술이란 자연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서 그 안에 숨어있는 근원적인 힘과 원리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에게는 예술이 '표현'이었고, 표현되는 것은 '이념'이었다. 소재 속에 갇혀있는 이념이 예술가에 의해 해방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에게는 자연에 존재하는 소재로부터 쓸데없고 조잡하고 우연적인 요소들을 없애는 것이 예술가가 할 일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가끔 제작을 중단하고 관찰과 사고를 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부가하고, 구성을 수정하는 과정을 되풀이 했다.

미켈란젤로는 거꾸로 소재 속애서 이념의 이미지를 발견하면 곧 바로 한거번에 그것을 깎아내서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왜 그렇게 맹렬한 기세로 조각해 나가는지 물으면 그는 "돌 속에 사람이 갇혀있다. 빨리 꺼내주지 않으면 질식해서 죽어버린다."고 대답했다.

미켈란젤로에게 예술의 본질은 '없애는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조각이 가장 뛰어난 장르라고 믿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예술의 본질은 덧붙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돌을 깎는 일은 '먼지투성이가 되는 육체노동'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 최고의 장르는 그림이었다.

두 사람 모두 실제로 인체를 해부해 본 경험에서 많은 지식을 얻었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그것은 생명이라는 신비한 현상을 이성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행위였고, 미켈란젤로에게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육안으로 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행위였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의 천재성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서로 경멸했다.


후지사와 미치오의 <이야기 이탈리아사>에서

** 이탈리아의 핵심 피렌체를 떠나며 그 안에 무수히 담긴 역사와 예술혼들의 쟁투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간이라는 강물을 따라 흘러가버렸습니다.
지금 내 안에서 모든 것이 사라지고 담담해지듯이...
다시 길 떠나는 방랑자의 그림자를 뒤따르며...

01.7.18
이탈리아를 섭렵하며 푸른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