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하얀새26 Re:水邊公園의 奇蹟 본문

맑은하늘 하얀새

하얀새26 Re:水邊公園의 奇蹟

SHADHA 2004. 2. 15. 23:18


하 얀 새



Re:水 邊 公 園 의 奇 蹟

09/03









꽃나무

꽃나무라고 늘 꽃 달고 있는건 아니다.
삼백예순닷세 중 꽃 피우고 있는 날보다
빈 가지로 있는 날이 훨씬 더 많다
행운목처럼 한 생에 겨우 몇번
꽃 피우는 것들도 있다
겨울 안개를 들판 끝으로 쓸어내는
나무들을 바라보다
나무는 빈 가지만으로도 아름답고
나무 그 자체로 존귀한 것임을 생각한다.
우리가 가까운 숲처럼 벗이 되어주고
먼산처럼 배경되어주면
꽃 다시 피고 잎 무성해지겠지만
꼭 그런 가능성 만으로 나무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빈 몸 빈 줄기만으로도 나무는 아름다운 것이다.
혼자만 버림받은듯
바람앞에 섰다고 엄살떨지 않고
꽃 피던 날의 기억으로 허세부리지 않고
담담할 수 있어서 담백할 수있어서
나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꽃나무라고 늘 꽃달고
있는게 아니라서
모든 나무들이 다 꽃 피우고 있는 게 아니라서

***시:  도종환님***


크고 작은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햇살과 바람과
속살대며 초록이 번지는 베란다정원에
늘 눈길 떨구지 않는이가 여기 있습니다.

이사할때도 인부들에게 먼저 주의를 기울여 주길 당부하는
나만의 귀한 친구들이지요.
매일 아침 우리집의 햇살을 가장 먼저 맞아들이는 아침의 전령이요,
한낮의 무료함으로부터 정신을 일깨우는 청량제인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늘 푸르지 않습니다.
늘 윤기있는 잎으로 나를향해 속살대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늘 그곳 작은 화분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또 몸살을 앓으며 살고 있지요.

그러면서 삶을 이어가고 때론 대견하리만치
작은 나의 보살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움을 이겨내는
스스로의 자생능력에 저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또한 일어서 빛고운 꽃을 피워내는 작은 생명체들의 아름다운 함성을 잊지 못하게 합니다.

나의 내부에 그런 기대는 없었습니다.
다만 그들과 나의 진실된 상호작용속에 무언의 믿음이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물비린내 가득 번지는 수변공원의 공기를 가르고 날아오는
정겨운 커피향의 진실도 아마 그런것이 아니었을가요?

이 세상은 아마 그리하여 살만한 세상이 아닐지 ....
어딘가에서 그런 끊임없이 일어나는 작은 기적으로 인하여
오늘도 넘어지는 자들은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며,
어느 시인의  독백처럼 생의 한번만 만나도 다 만나는
희망이란 그대를 가슴에 품고 사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