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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하얀새28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본문

맑은하늘 하얀새

하얀새28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SHADHA 2004. 2. 16. 22:33


하 얀 새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09/19









Dear...............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리고 비가 내렸습니다.

나뭇가지는 심하게 흔들리고 마침내 뿌리채 뽑혀진 나무를 보며 빗길을 달려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다시 해가 떠오르고 예전의 태양은 더욱 화사히 창을 넘어듭니다.
하지만 습관처럼 불어오는 바람은 이제 서늘한 기운으로 빈 마음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자  시디에서는 Am I blue 가 흘러나옵니다.
이노래와 무척 어울릴듯한 한 여인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내 폐부 깊숙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느리게 살기로 했습니다.
제 몸크기만의 집을 지고 느릿하게 욕심없이 기어가는 달팽이의 여유를 배워봅니다.

바람이 다시 불어 옵니다.
사유의 영역을 헤집고 들어서 이내 누웠던 풀들을 일으켜 세우며 말합니다.

들풀처럼 살라
마음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기억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에게로 오게하고
기쁨은 기쁨에게로 가게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류시화의 들풀>


00.9.19. 하얀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