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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하얀새44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본문

맑은하늘 하얀새

하얀새44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SHADHA 2004. 2. 16. 22:58


하 얀 새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12/12








밖은 어둠이 내리고 멀리로 들리는 차의 경적으로 저녁이 각자 제갈길로 흩어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요란스레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놀라 읽던 책을 잠시 의자에 덮어두고 전화를 받았지요.
눈이내린다는 소식을 전하는 나의 전령이었습니다.

어둠에 묻혀 가느다란 눈발은 실내에서 분간하기 어렵긴 했지만 소리없이 겨울의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가고 있음을 증명해 주더군요.

실내에 울려퍼지는 안드레아스숄의 아름다운 카운터테너의 음성이 안락함으로 이끌고 내게 주어진 새삼스러운 평화에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 사라집니다.

겨울은 음악과 책을 가까이 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절임을 부인하기 어렵군요.
아무일없이 하루를 작고 초라한 서재에서 보내는 나날이 이토록 고요하고 조용히 흘러가니까요.

이주동안 연거퍼 네권의 책을 소설과 평론을 읽어내리고 지금은 바로크시대 마지막을 장식했던 화가의 그림을 둘러싼 그의 가족들의 가족사를 다룬 책을 읽고 있습니다.

요며칠 읽던 책들속에는 한결같이 가족에 관한 알 수 없는 운명의 고리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한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어떤때는 정말이지 그 모든 끈끈함으로부터 벗어나고픈 거미줄처럼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그것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조용히 내리는 눈이 반가운 그런 저녁입니다.


**하얀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