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얀 새
푸른샘님....참소리 박물관에서
01/06
푸른샘님!
아침에 한껏 게으름을 피우다가 남편의 재촉으로 집밖으로
나가보기로 했지요. 남편은 가까운 대부도에나 가서 갯벌도 보고 바다도 보고 바람 좀 쏘이자고 그러더군요. 늦은 아침을 해서 부리나케
먹고 우린 부천에 새로 개관된 참소리 박물관에 가보자는 나의 제안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소래포구를 지나 부천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여름 아이들과 동해에 다녀오던 길에 강릉의 참소리 박물관을 낭패한 적이 있었거든요. 제가 미처 폐관시간을 체크하지 못했기
때문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행복하게도 가까운 부천에 손성목 관장님께서 그곳의 전시품 일부와 추가로 전시품을 마련해 부천에 강릉보다 더
크게 여셨더군요. 개인 소장품으로 거의 세계에서 최대라고도 한다더군요.
그래서 오래도록 별러오던 걸음을 띠게 된
것이였습니다.아이들은 무조건 박물관이란 말에 "엄마 오랜된 것?"보러가냐고 설레하더군요. 그래도 지루해 하지 않고 늘상 이런 공간을
따라다녀 주는 아이들이 고맙지요.
박물관은 부천 시청옆에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재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들어서자 현관엔 에디슨이
발명한 축전지로 가는 전기 자동차 한대가 세피아빛으로 바랜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점잖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그곳의 안내원이
나와 설명을 곁드리며 안내를 하더군요. 방학이라 아이들을 동행한 엄마들의 빨간 코끝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병아리떼들 처럼 아이들은
앞다투어 안내원의 발끝에 채이기 일쑤더군요.
우리 아이들도 한 무리를 이루어 다니다 꼼꼼한 성미의 진솔이는 지쳤는지 결국 뒤로 나와
자신들이 보고자 한는 물건들앞에서 꼼꼼히 그 쓰임새를 살피며 질문을 합니다.
제1전시실은 수많은 축음기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커다란
나팔관 모양의 혼이 연결된 로멘틱한 축음기들은 금방이라도 내가 작은 아씨들의 "조"가되어 로오리와 춤을 출듯이 설레게 합니다. 그중에는
로렐라이라는 전설속의 주인공이 바위에 앉아 그녀의 찬란한 금빛 머리칼을 빗으며 하프를 연주하는 조각품에 꽃모양의 초록색 혼이 연결된 외장형
축음기도 있어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또한 우아하게 제작된 오크제로 몸체와 나팔이 어울어진 1902에 제작된 축음기는 장식이
14k도금까지 되어있어 요즘의 간편한 CD플레이어가 주는 차가운 금속의 냉정함에 비해 우아하기 그지 없었지요.
제2전시실은 좀더
후기에 1920년대에 들어 제작된 엔티크풍의 아름다운 축음기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혼이 사라지고 드디어 스피커가 내장된 콘솔형태을
취하고 있었지요. 특히 저의 눈길속으로 들어온 콜롬비아사의 아름다운 축음기는 오래도록 그자리에 머물러 서서 화려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장식적인 덩쿨무늬 선들과 조각들로 그 속에서 흘러나올 음악이 꿈결처럼 흘러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또한 1924년과 192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직경36인치의 진동판에서 직접 음을 내며 구조를 주름모양으로 세공한 혼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우수한 음질을 보여준다는 뤼미에르
그라모폰 또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2전시실을 나와 중앙홀을 둘러싸고 있는 뮤직박스들은 제가 지금 어느 19세기의 어느
서양길가 어디에 아이들과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홀벽을 따라 둘러 놓여진 그것들은 진귀하기 그지 없는 것들로
귀족들이 썼다는 작고 아름다운 뮤직박스에서 부터 서민들이 동전을 넣고 들었던 쥬크박스인 폴리폰이 있었습니다.아직도 내귀에는 쥬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로 두고온 연인처럼 아쉽기만 합니다.붉은빛이 도는 호두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광택이 정겨운 것이 눈에
선합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 가니 그곳엔 에디슨이 발명한 최초의 탄소 필라멘트 전구를 비롯한 초기의 전구들과 실생활에
활용하게된 초창기 전기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920년대의 전기 토스터기와 다리미 커피포트,기차역에서 사용하던 손 전등,요즘 참
많이 나오는 선풍기 모양의 히터가 글쎄 그때가 원조격이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다시 제3 전시실을 나와보니 2층 홀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구형 TV들과 서부 영화에서나 봄직하던 커다란 삼각대에 바쳐진 원판 사진기가 있더군요. 또한 어린 날들에 모두 기억하고 있음직한
갈빛 박스속에 자리한 TV도 있구요. 저희 아이들은 묻습니다. "엄마..왜 저안에 TV가 숨겨져 있지?" 아이들은 모르지요. 그 귀한
티브이를 보기위해 노란 10원짜리 동전 두개를 들고 가게방으로 모여들던 우리의 어린날들을요.
그리고 티브이 화면이 작아서 경사진
거울을 통해 화면이 커보이게 하는 특이한 티브이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우리의 영화가 어떻게 실현될 수있었는지 조용히 한켠에서는 묵직한
영사기들이 그 발전의 면모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지요.
2층에 전시된 에드슨의 흔적들을 돌아보며 전 아름다운 그리고
열정적인 그의 삶이 단순히 그만의 충족과 환희의 산물이 아닌, 진실로 자신과 인류의 편리한 삶을 위한 연속선상에서 이루어 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생활 전반에 그가 미치지 않은 것은 없더군요. 심지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이르기 까지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니 참으로 위대한 인류중 한사람이였음을 실감케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삶을 인정하고 6살때 아버지로 부터
선물받은 축음기가 인연이되어 오래도록 그의 생애 전반에 걸쳐 각국을 돌며 이제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수집품들로 우리를 즐겁게 하는 한
사람의 즐거운 집념에 마음속 박수를 보내며 돌아왔습니다.
행복한 나드리
였습니다.
**하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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