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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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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하얀새

하얀새54 눈밭에서...안개꽃들의 군무를 보다

SHADHA 2004. 2. 16. 23:09


하 얀 새



눈밭에서...안개꽃들의 군무를 보다.

01/07








문득 고개 돌려 바라본 창에 하얗게 가득 메워오는 안개꽃들의 군무가 황홀하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와~! 하는 함성으로 그것들을 반겨 놓고 보니 마음은 벌써 가득 쌓인 눈밭으로 향해 드러 눕습니다.

하늘은 벌써 아득히 뿌옇게 눈을 멀게 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온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샤걀의 눈내린 마을이 바로 예구나 싶어 마음결을 새롭게 빗질하고 어린 내 모습으로 내 아이와 함게 눈밭을 뛰어 놉니다.

아이들은 좋아 어쩔 줄 모르고 남편과 함께 눈사람을 만듭니다.
건성인 남정네가 만드는 눈덩이는 금새 부풀려 졌지만 그만 깨어지고 맙니다.
그 옆에서 눈을 굴리던 나는 대번에 즐거운 면박을 줍니다."내실을 기하지 못해구먼..부실공사야~"

그러면서 단단히 부풀려지는 내 눈덩이가 으쓱하게 웃어줍니다.

아이들은 풀어놓은 망아지처럼 눈속에서 깔깔대고 우리부부는 눈을 다 굴려 드디어 눈사람을 올려 놓습니다.
남들눈을 피해 슬며시 뒷편의 화단에서 솔가지를 꺾어와(^^*) 눈섭을 달고 멋진 콧수염까지 붙여가며 결혼후 처음으로 많이 내린 눈을 맘껏 즐겨 봅니다.

아이들은 꼬마 눈사람을 만들어 옆에 세워두고 다시 우리는 눈을 쌓아 올리는 대공사에 돌입합니다.
눈은 금새 화단가에 쌓이고 드디어 예전에 비료푸대 타고 달리던 산등성이의 축소판이 되어 내 아이들은 할인마트의 비닐봉지에 앉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내달립니다.

누가 보아도 이런날은 괜찮겠다 싶은 마음으로 나도 남편도 우스광스러운 썰매에 몸을 날려봅니다.

벌써 속옷까지 젖어버린 마당에 못 즐길 이유가 없지요.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뒹구는 점심나절이 이토록 훈훈하다니요.
모처럼 내린 눈길이 모두에게 즐겁지 만은 않겠지만 아~좋은 오후를 맞았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겠지만 자신이 즐기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어둠과 다를바 없겠지요.




**하얀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