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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하얀새72 처음 저는 당신의 정원이 되어 본문

맑은하늘 하얀새

하얀새72 처음 저는 당신의 정원이 되어

SHADHA 2004. 2. 19. 22:43


하 얀 새



처음 저는 당신의 정원이 되어

04/20








저는 처음 당신의 정원이 되어

덩굴과 꽃밭을 가꾸고 싶었습니다.

고운 당신의 모습을 그늘로 가리고자 하였습니다.

어머님마냥 곧잘 잔잔한 미소를 지으시며

저한테 당신이 다시 돌아오시게 하려고요.


한데 당신이 왔다가시니

무엇인가 당신과 함께 따라 들어왔어요.

당신이 저를 하얀 꽃밭에서 눈짓으로 불러내시면

저를 붉은 꽃밭으로 불러들이는 것 아니겠어요.

.....마리아게 드리는 소녀의 祇禱 중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아침나절 베란다에 송이째 낙하하는 화려한 철쭉의 모습이 지친 봄의 자태같아 말없이 나아가 한 송이 한 송이 거두어 두고 돌아서자니 또 다시 영산홍에 발긋하게 꽃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철쭉이 송이째로 목을 떨구는 자리엔 어느덧 연두빛 잎들이 앞다투어 소란스레 수런거리고 점점 화사해지는 햇살의 유희에 연두빛 푸른 심성으로 왈츠를 추어댑니다.

모든 것의 절정은 숨이 막히는 아련한 현기증을 불러옵니다.
아직도 이곳은 연분홍빛 벚꽃이 바람에 하염없이 분분히 날리고 있습니다.
꽃불로 붉게 타는 남녘의 산을 거쳐온 바람은 단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이내 이곳의 산과 들로 그 분주한 몸짓과 정열로 산하를 누리고 수줍게 물드는 꽃들의 연정마저 사로잡고 흔들고 있습니다.

방금 내 집 베란다를 휩쓸고 지나간 바람의 자리에 갯내음이 묻어납니다.
아마도 먼 남녘의 옥빛 바다를 넘나들던 남서풍이였나 봅니다.
늘상 이곳에 부는 바람은 남서풍이 주류를 이룹니다.
맨살에 와닿는 그 느낌은 조금은 습하고 늘 말끔히 스쳐지나지 않고 내 안에 미련을 남겨두고 떠나는 바람입니다.

스스로 지나치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안고 있는 바람을 난 순순히 받아내고 싶습니다.아마도 내안에 늘 그 바람을 기억하고 있나 봅니다.
아직도 내 고향 앞산에 피고지는 복사꽃밭의 분홍빛 현기증을 불러오는 바람을 같이 동무삼아 휘돌아가라고 오늘도 난 그 바람의 끝자락을 잡고 애원합니다.

옥빛의 바다를 가슴에 담고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꽃잎이면 좋겠습니다.
그리운 이의 내음마저 실어다줄 갯내음 가득한 시절의 바람을 타고 날리는 복사꽃잎 한장이라면 이 짧은 봄날의 환희조차 그 얼마나 아찔한 롤러코스트에 비유할까요.

점점 더 강렬해지는 햇살에 타 버릴듯이 여린 연두빛 순들이 티없이 오른 산을 오르며 생각합니다.
봄날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점점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구나...하고요.
하롱하롱지는 꽃들의 난무에도 아릿한 연정이 같이 날리지 못하고 저처럼 가벼이 아무런 상념없이 세월을 맞으려는 자신을 봅니다.

꽃지는 자리따라 무성한 연두빛 물이 오르고 내 안에도 새로이 움트는 새순을 지켜야 하는 세월을 맞고 싶은 수액이 실핏줄 돌기마다 일으켜 세우는 자리가 되어집니다.

옥빛 바다를 꿈꾸는 레일위에서.....

**하얀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