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낙동강변에 오는 봄 본문

靑魚回鄕(부산)

낙동강변에 오는 봄

SHADHA 2006. 3. 25. 16:00
 

 


낙동강변에 오는 봄

메카니즘에서의 탈출 시도







1

늘상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화명동 역을 지나면서부터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낙동강.
그 낙동강이 흐른다.
오래전에 지나간 추억들부터
얼마전 대구가는 길에 보았던
파릇한 봄싹이 움트던 풍경까지
내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그 낙동강이 흐른다.
잊혀지지 않았던 세월들이,
잊혀지지 않았던 추억들이,
다시 되돌아와서
가슴이 미어지도록 쏟아내는
강물이 되어 흐른다.


2

돌이켜보면
하얀구름사이로 이는 푸른 하늘속에
남편을 여의고 돌아오는 여인
나의 어머니가 알 수 없는 회한으로
어린 아들 손을 꼭 잡고
차창가를 내다보시던 눈동자속에
함께 담겨져 있는 낙동강.
낙동강의 풍경속에 함께 계시던 어머니도
아버지곁으로 오래전에 가셨으나
지나간 세월은,
그리움은,
다시 되돌아와서
가슴이 미어지도록 쏟아내는
강물이 되어 흐른다.



3

많은 것을 잃고
많은 것을 얻으며
지나온 날의 추억들을
호롱불처럼 다시 켜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속에 아련히
개나리꽃 진달래꽃으로 피어난다.
기뻤거나 슬펐거나
아팠던 그리운 추억들이
봄처럼 만개하는 날
낙동강변을 걷는다.
메카니즘에 젖어 살던 육신을
봄바람에 세정시키려 걷는다.
낙동강은
다시 되돌아와서
가슴이 미어지도록 쏟아내는
강물이 되어 흐른다.


...shadha <낙동강변에서>...







































최근에 많이 아팠습니다.
몸과 마음이...

자동차, 엘리베이터, 텔레비젼, 컴퓨터, 핸드폰.
메카니즘속에 구속되어 살던 저는
손가락 마디 마디가 굳어지고,
혀가 굳어지며,
감성을 느끼게 하는 뇌가 굳어지기 시작함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많은 역경속에 부딪힐 때 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슬기로운 방법으로 그것들을
타개하여 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행하기,
사진찍기,
칼럼쓰기,
영화보기,
그런데 이번 슬럼프에는 그것들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면역력이 생겨져서 효과가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힘겨운 날들이 계속되어
과감하게 생활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메카니즘에 젖어있는 육신을
우리의 예전 생활 방식으로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가급적 차를 타지 않고 많이 걸으며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 오르고
집에서 봄나물 위주의 저녁식사를 하고나면
매일밤마다 열던 컴퓨터를 열지도 않고,
텔레비젼도 보지 않고
저의 방으로 가서 문을 닫고 형광등을 켜는 대신
촛불을 켜 놓고 책을 읽습니다.
그래야 집중이 잘 되니까요...
굳어져가는 머리와 혀를 풀기 위해
새삼 영어와 일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괴테와 까뮈를 읽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재미와 습관이 붙어서
지루하게 떠나지 않던 슬럼프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새벽 두세시까지 잠들지 못하던
오랜 습관이 제일 먼저 사라져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찾아온 지독한 슬럼프가 떠나고 나면
다시 저의 메카니즘의 세계로 돌아오려 합니다.
새로운 습관을 하나 더 추가한 채로....



 

 

 

 

 

 



'靑魚回鄕(부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와 봄꽃  (0) 2006.04.08
청사포와 해마루  (0) 2006.03.31
계곡에 선 성문  (0) 2006.03.19
금정산성  (0) 2006.03.15
광안대교가 보이는 풍경  (0) 200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