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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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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魚回鄕(부산)

비내리는 해운대

SHADHA 2006. 7. 20. 15:57

 

 

 

비내리는 해운대

우리가 사는 시대







오늘도 병원에 갔다.
한달에 한번 가는 병원이지만
늘 제 날짜에 가지 못하고 많이 빼먹는다.
이번에는 비교적 제 날짜에 갔다.
남들은 건강과 생명에 관련된 문제여서
그만 오라 해도 계속 온다는데
왜 그리 자신의 생명에 무심하냐며 늘 타박을 듣는다.
절대 피우면 안된다는 담배를 계속 피우면서...

오랫동안 나의 안식처이며 피난처였던 해운대,
그리도 자주 오던 해운대를
요즘은 병원오는 날만 오게 된다.
쏟아지는 장마비속을 우산하나 받쳐들고
해운대 바닷가로 나가 산책을 시작했다.

부산에 산지 벌써 40년째이다.
그러나 정작 여름철에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것은
청년시절때의 한두번이 고작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몇 십만명 이상의 인파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붐빌 해운대이건만
태풍과 장마로 이어지는 슬픈 날씨때문에
한적하다 못해 쓸쓸하다.
그 아쉬움을 털지 못하는 사람들의 바다 산책만이 있다.







우리가 사는 시대 중
지금은 국운이 아주 나쁜 때라고 한다.
우리 국민들이 선택한 국운이니
누구를 탓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크게 봐서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아주 축복받은 시대임에 틀림이 없다.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에 이르는 역사적 사실들과
지금 현재 상황으로 추정하는 미래를 보았을 때
우리는 정말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전쟁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우리나라)
둘째는
왠만해서는 굶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셋째는
의학과 과학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있어 수명이 길어졌고,
각종 편리한 생활을 영위함에
그다지 큰 불편함이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넷째는
아나로그시대와 디지탈 시대를 같이 경험하고 산다는 것이다.

어릴적에는 가난했지만 맑고 깨끗한 자연이 주는 기쁨을 누렸고
순수한 휴머니즘의 낭만과 사랑을 할 수 있었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른 특별한 매개체가 없었기에
독서를 취미로 삼을 수도 있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겨운 편지를 쓰느라 밤을 밝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서정적인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텔레비젼시대를 거치면서
한층 더 과학화된 전자 제품들을 접하며
다양화와 편리함의 한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시대까지.
자가용, 디지탈 카메라, 컴퓨터, 핸드폰등....

그러나 우리의 미래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미 우리에게 순수하고 인간적인 낭만은 사라져 가고
이기적이고 향락적이며 난폭해져 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메카니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인간은 점점 로봇화되어 가는 느낌마져 준다.

기후 또한 그러하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지구의 기상상태가 심각해져 간다.
이어지는 잦은 지진과 화산폭발,
세계 각지의 홍수와 가뭄, 그리고 이상 기후현상들이
점점 더 잦아지고 심해지고 있다.

과학과 메카니즘의 발전으로 그것을 극복해 나갈 우리의 후손들은
아마 완전 기계화된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추정된다.
인간 본연의 휴머니즘을 상실한 채...

그래서 우리는 지구가 생긴 이래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존중받고 살면서
휴머니즘과 메카니즘의 중간계에 머물러 살며
가장 행복한 삶을 영위했던 사람들로 후세에 기억될 것 같다.
우리나라로 보면
1960년 전후부터 시작된 전쟁없는 시대에서
2000년대의 언제쯤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 100년 안쪽에 살던 사람들이 가장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지구상에 살게 되는 행운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운대 바닷가를 거닐면서 해 본다.

이 블로그상에서 같은 시대를 공유하는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 것도
큰 행운중의 행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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