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철새 떠난 주남지의 봄 본문
철새 떠난 주남지의 봄
창원 주남지,동판지
겨울 동안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던 새는
유년의 흑백사진 같은 빈 둥지만 남긴 채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버렸다.
나는 삼월의 주남지에서 빵으로 헛배를 채우며
봄의 빛에 쫓겨 엉덩이 밑으로 숨어 들어온
갈대들의 깊은 겨울잠을 어쩔 수 없어 했다.
떠나야 할 때 떠날 수 있는 새는
얼마나 잔인한 짐승인가.
나는 휴일의 길지 않은 시간을
쉬이 낫지 않는 겨드랑이의 상처만 바라보다가
저녁 어스름 속을 걸었다.
떠날 수 없는 새,
맥박소리가 낯있게 들렸다.
...<삼월의 주남지>윤우(1993 신춘문예 당선작)...
하늘이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4�의 어느날,
나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주남지에 머물러야 했다.
주남지는
한반도 남동지역 최대 수금류 월동지이자 철새 도래지로
인근 동판, 산남 저수지와 함께 최고의 탐조여행지이다.
찬바람이 부는 10월 중순부터 12월 사이에
시베리아, 중국 등지에서 날아온 철새들은
이듬해 3월까지 이곳에서 지내며 겨울을 난다.
인근 구룡산과 백월산에서 흘러내린 계곡 물과
낙동강 물이 만나 빚어낸 맑은 수질에
늪지와 갈대로 만들어진 갈대섬까지 있어,
천혜의 철새 도래지가 되고 있다.
철새들은 봄이 오자 북쪽 고향으로 다들 돌아가고
겨울동안 철새들이 머물다 떠난 텅 빈 저수지에는
큰 날개를 가진 큰고니만
이따금씩 하늘을 날다가 갈대숲에 몸을 숨긴다.
...아무 것도 없네...
...볼 것도 없잖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남지 제방위에 올라선 사람들이
그런 말들을 주고 받으며 횅하니 다시 차를 타고
주남지를 떠난다.
...왜? 아무것도 없을까 ?
...왜? 볼 것이 없을까 ?
그런 의아심을 담고 주남지에 오른 나는 4시간동안이나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담고 있는 동판저수지를 돌고,
주남지 뚝길을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걷고 걸었다.
거기에는 아직 돌아가지 않은 철새들의 사연도 있고,
저수지에 비치는 하늘 그림자도 있고,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의 아름다움도 있고,
철새들이 겨울동안 머물던 멋진 갈대섬도 있고,
물에 잠긴 나무들이 보여주는 멋진 영상들과
붉게 노을지는 태양빛이 눈부신 저수지의 풍경이
갈대와 새와 나무와 어우러져 살아 있었는데...
주남지에 노을이 지고 검은 하늘이 내려와
그 풍경의 막을 내렸을 때
차가운 밤바람이 차가워졌음을 알고 주남지를 떠난다.
나의 귀중한 추억 하나 주남지에 남겨놓고는...
동판 저수지
주남지
음악 : The Waltz .... joe Hisai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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