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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의 밤 본문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의 밤
여름에 떠난 완도 여행 4
밤 11시,
우리는 완도와 신지도를 잇는 다리를 건너 한적해진 길을 달렸다.
이따금 바다로 향해 열려진 골짜기를 따라 짙은 물안개가 흘러 들어와
인적마저 드문 명사십리 가는 길목을 더욱 스산하게 하였다.
자욱한 물안개속에 히치하이킹을 하는 대학생 3명을 뒷좌석에 태우고
명사십리 해수욕장 밤의 축제안으로 들었다.
신지 명사십리(薪智 鳴沙十里) 해수욕장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중심에 위치한 남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그 규모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도 매우 빼어난 곳이다.
여름철이면 모래 우는 소리가 십리에 걸쳐 들린다 하여 <울모래등> 이라고도 불리운다.
매년 100만명의 피서객이 찾고 있는 국내 5대 해수욕장의 하나로서
폭150m 길이 3.8km에 달하는 광활한 은빛 백사장은 전국의 피서객을 맞이한다.
명사십리는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가족해수욕장으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저녁무렵 한차례 소낙비가 쏟아진 탓인지 명사십리 밤의 여름축제는 막을 내리고 있었다.
온 해안에 뿌옇게 내려앉은 물안개로하여 바다가 보이지는 않았으나
바다의 독특한 내음은 바다곁에 와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토목쟁이 의동생과 나는 바닷가 조개구이집 불판앞에 마주 앉아
맥주와 조개구이, 전복구이를 시키고 여름밤의 정취속으로 빠져 들었다.
토목쟁이 동생을 처음 만난 것은 1989년이었다.
건축사가 되고 난 이후 현상응모에 처음 당선된 부산시 공무원 종합연수원 설계를 할 때,
그는 그 설계의 토목설계를 맡은 회사의 설계 담당 실장이었다.
부산시청 시장실에 설계 브리핑을 들어갈 때 그는 브리핑 챠드를 들고 내 뒤를 따랐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내가 독립하여 혼자 설계회사를 만들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나의 업무 파트너및 회사의 가족이 되었고,
그의 이모부의 땅 설악산 프로젝트를 같이 만들어 가면서 우리는 더욱 더 긴밀해졌다.
나의 곁에서 토목 설계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하고, 개발회사를 맡기도 했었다.
한참 회사가 커가고 운영이 잘될 때 나는 그에게 특별히 잘해 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IMF의 여파로 회사가 기울어져 가기 시작하자,
내가 마음을 주고 회사의 중요한 자리에 앉혔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다 떠나갔는데
그는 끝까지 내 곁에 남아 나와 나의 가족들을 지켜 주었다.
그 후 완전히 바닥에 주저 앉은 내게 세사람이 남아 나를 지키고 있었다.
나의 두살아래 학교 후배이며 IMF의 여파로 문 닫은 건설회사 이사였던 A이사와
그 아래 다시 두살 차이인 인테리어 회사의 실질적인 소유주였던 K실장,
그리고 다시 두살 아래인 토목쟁이 동생.
그들은 낙심속에 빠진 나를 수영근처의 양곱창 집으로 데리고 가서는
같이 의지하고 서로 힘이되어 주는 의형제가 되자고 제의하고
우리는 그날 밤 의형제의 결의를 맺었었다.
그 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입원중 경매에 넘어가 집을 잃었을 때,
다시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다시 재기를 꿈꾸고 있는 나의 곁에서 언제나 좋은 친구로서 동료로서
의형제로서 변함없는 신뢰와 믿음을 주고 있음이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변함없는 열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같이 공유하고 있으나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맞은편에 앉아 조개와 전복을 구워 내가 먹기 편하게 챙겨주는 그가 고맙다.
그를 만난지 19년의 세월이 흘렀다.
20대의 혈기왕성한 청년이였던 그도 어느덧 40대가 되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와 같이 했던 19년의 세월속에 묻어있던 수많은 사연과 추억들이
온통 뿌옇게 하늘과 바다를 가리고 있는 물안개의 명사십리 바닷가에서
아련하게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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