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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삶의 반환점에서 나를 갱신한다. 본문
나를 위해 나에게 존속되고 존속시키던 것을 끊다.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왔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삶의 반환점을 정하는 것에
시간적 길이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이 내 삶의 반환점이라고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 느낌은 아주 우연한 시간에 나를 찾아왔다.
일주일의 일과가 마무리되는 지난주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
집으로 가는 길목의 작은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오랜동안의 건축 인연으로 내 곁에 머무는 p소장과 에소프레소를 마셨다.
해가 뜨기도 전, 산책길에 나섰던 파리의 세느강변에서 마시던,
몽마르뜨 언덕의 빨간색 카페에서 마시던 에소프레소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혀끝에서 아주 씁쓸하면서도 목안을 타고 넘어갈 때는 깊은 향이 나는,
어쩌면 우리의 삶을 너무도 닮은 커피인 것 같다.
봄이 한참이나 무르익었는데도 카페가 있는 골목안으로 드는 바람이 차웠다.
눈은 골목안 먼 풍경에 두고 있었으나 귀는 p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지금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나를 위해
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젊었을 때는 부모님 병 수발하느라 모든 것을 바쳤고,
그 후로는 자식들 키우고 공부시키느라 나를 버리고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가슴속에 머물던 말들을 뱉어내는 그 목소리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 남편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음을 느꼈다.
새삼 새로울 것이 없는 우리들의 보편적 일상의 삶에 관한 고뇌였지만,
그날 밤, 홀로 남겨진 방에 앉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9년 전 다친 심장, 한달에 한번 변함없이 병원을 다녔지만 심장은 나아지지 않고,
3알의 약으로 시작된 아침약은 지금 7알로 늘었고,
심장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 무리라고 할 정도로 더욱 더 나빠졌다.
날이 가면 갈수록 나의 몸은 약에 의존하여 생명을 존속시키고,
나는 그 존속성을 당연히 여기고 심장에 치명적인 담배를 계속 피웠다.
약이 나를 존재시킬 것이라고 믿고, 이런 저런 핑게를 대며 담배를 피워 왔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약이 나를 완전히 먹어 치워서 면역력마저도 잠식시켜
이제는 내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더 많은 약에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나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되어,
그 다음날 아침, 아내에게 내가 어떻게 아프고 내 생각이 어떤지를 토로했다.
그리고는 9년동안 나의 심장을 지키던 약을 끊었다.
또한 나의 혈관들을 죄어오던 담배를 끊어 버렸다.
이제는 오랫동안 나를 지배해 온 약에 의존하여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체질에 맞춘 약간의 한방약에 맞추어 나 스스로가 심장과 싸우는 것이다.
그렇게 결심하고 내 삶의 갱신을 시작한 이후,
9년동안 약에 의존해 왔던 내 몸은 명혈현상이라는 육체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고,
약에 의했던, 담배에 의한 금단현상을 이겨내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나는 나를 알기에 그 결과를 느낀다.
나는 심장약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로 향해 날아갈 수 있는 육체로 갱신될 것이며,
금연도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반환점 이후의 나의 삶이 맑을 것이라는 것을...
작년부터 시작되었던 나의 갱신기 更新期.
내가 보유하고 있던 모든 기술 자격증들을 전부 갱신하여 새로 발급받았고,
운전면허증과 10년짜리 여권까지 갱신하여 발급 받았다.
나의 이상과 꿈은 하루에도 열두번 더 갱신을 하고 있으나.
참으로 고집스러운 나의 육체만이 갱신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을 갱신시키는 것이다.
하여, 나는 2008년 5월을 내 삶의 반환점으로 두고 남은 삶을 향해 달려 가려 한다.
One more ti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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