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告白과 回想

아빠와 딸의 데이트

SHADHA 2008. 3. 25. 23:24

 



아빠와 딸의 데이트

부모와 자식





자식들은 부모에게서 보고 배우며, 그것을 그대로 따라한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갑자기 저녁식사 데이트를 청했다.
큰 딸이 아빠에게 저녁을 사겠다며 데이트를 제안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나와 서면에 있는 약속장소로 가는 도중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를 나에게 인사시키려는 것일까 ?
성격이 까다로운  엄마에게 인사시키기 전에 미리 나에게...?

큰 딸이 제안한 저녁식사의 장소는 몇년전까지, 딸들이 대학을 다닐 때까지,
가족들을 데리고 이따금 외식을 하러가던 펍 레스토랑이었다.
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게 되고,
아내 또한 아내의 일때문에 저녁시간을 자주 같이 하지 못하게 되어
몇 년동안 단 한번도 오지 않았던 곳이였다.

...왜 ?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이 있니 ?

허브갈릭 소스의 뉴욕풍 등심스테이크를 주문한 후 큰 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그냥 아빠가 좋아하는 곳에서 아빠가 좋아하는 식사를 같이 하고 싶었어...
...다른 고민은 없고 ?
...응, 그냥 우리 어릴 때 아빠하고 처음 여기 오던 날이 기억이 나더라.
그때 우리 처음 오던 날 저쪽편에 앉았었지 ? 엄마하고 현이는 벽쪽에 앉고...
현이가 시켜놓은 음식을 너무 안먹어서 아빠가 스테이크를 하나 더 시킨 기억이 나.

...우리딸이 사는 저녁이니까 오늘 아빠가 아주 맛있게 배가 터지도록 먹어야겠다.

나의 행복해 하는 얼굴을 보며 즐거워 하는 딸.
나는 아직도 늘 그자리에 있는 것 같은데 딸들이 훌쩍 커버렸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재촉으로 일찍 결혼했고 두딸을 연년생으로 일찍 낳기는 했지만
아직도 청년같이 느껴지고 그렇게 살려하는 내게, 딸들이 너무 빨리 훌쩍 커버려서
내가 가족들에게 하던 일상의 행위를 이제는 딸들이 내게 그대로 한다.

나는 내가 좋은 것을 입고, 좋은 것을 갖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 해주어서 그들이 행복해 할 때,
나는 그것을 바라보고 느끼며 더욱 더 행복해 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때로는 그것이 전부 바람직한 결말에 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그것이 좋았다.

1년 365일 단 하루도 빼지않고 일찍이거나 늦거나, 퇴근하여 집에 들어갈 때는
꼭 아내와 딸들에게 전화하여 무엇이 먹고 싶으냐 ? 무엇을 사갈까하고 묻고
그것을 사가지고 가서 딸들이 행복해 하는 얼굴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사업주와 만나거나 하면서 먹는 식사중 특별한 매력을 느낀 곳이면
어김없이 가족들을 데리고 갔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딸들이 아빠가 딸들에게 하던 일상을 그대로 아빠에게 한다.
서울로 간 작은 딸은 제 몸 하나도 운신하기 어려운 초보 직장인이면서도
이 옷을 아빠가 입으면... 이 구두를 아빠가 신으면...
이 여행가방을 아빠가 외국 여행 갈 때 메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도 자꾸 보낸다.
그리고는 내가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꼭 물어본다.
큰 딸아이는 퇴근하여 귀가하면서 특별한 일이 없는한 꼭 집으로 전화하여
아빠, 먹고 싶은 것 없어 ? 사 갈 것 없어 ? 하며 꼭 묻는다.
그렇게 딸들은 내가 그 아이들에게 하던 일상대로 그대로 따라한다.

자식들은 분명 부모에게서 보고 배우며, 그것을 그대로 따라한다.

어쩌면 섬뜻하고 무서운 생각이 든다.
내가 부모로서 보다 더 바람직한 모습을 딸들에게 보여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나의 모지람을 후회해도 이미 자식들이 다 커버려서 늦어 버렸으니
지금부터라도 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의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딸들에게 바라고 싶은 간절한 소망은
아빠처럼 굴곡이 심한 삶을 살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 딸들, 아주 많이 사랑한다...













롯시니 오페라 '이집트의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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