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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미술관으로 가는 남자 본문
미술관으로 가는 남자
부산시립미술관과 광안리 어방축제 현장을 지나며
삶을 영위하는 일.
미술관의 뜰에 앉아 그것에 관하여 생각한다.
몇 해 전부터 한달에 한번 가는,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특별히 바쁜 일정이 없으면 항상 부산시립미술관으로 간다.
전시회가 없는 날이면 미술관뜰에라도 앉아 잠시 머물다가 온다.
그 어느 곳 보다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달 중 병원에 가는 날, 하루만 나는 아픈 사람이고,
나머지 날들은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아프지 않은 건강한 다른 사람들과 모든 것이 똑같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세월이 가면서 조금씩 죽어가는 과정을 겪는다.
다만 나는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보다
조금 더 빠르게 뛰는 심장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어쩌면 더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인간 개개인마다 주어진 운명에 따라 정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인식하고 남아있는 삶의 시간이 얼마나 될 지 알 수는 없지만,
내게 주어진 그 삶의 시간안에서 나를 위해
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며, 알고 싶어한다.
일을 하는 것이나, 음악을 듣는 것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나,
책을 읽는 것이나, 여행을 하는 것이나, 음식을 즐기는 것이나,
사랑을 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병원에 들러 환자가 되었다가 돌아오는 날에는 미술관이 좋다.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들속에서 늘 새로운 세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동안 살면서 나의 뇌리속에 각인되어 고착된 사실들과 상상력과 지식이
호수에 담긴 침잠된 잔잔한 물과 같다면
미술관에 들러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만든 상상력과 아름다움을 보게 되면
나의 뇌리속에 머물던 사고의 물들이 파도를 치거나 흐르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배우고 느끼고 즐기는 것이
나의 生에 대한 의무라는 생각을 한다.
영원한 삶을 꿈꾸던 진시황도 49세에 세상을 떴는데 그 보다 더 오랜 산 나는
나의 심장이 다른사람보다 더 빠르게 뛴다고 하여 억울하거나 서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살면서 나 스스로가 나를 혹사시키기도 했지만
꾸준히 스스로에게 행복만들기를 시도하고 있으니....
미술관에서 돌아오는 토요일 오후,
광안리 바닷가에서 매년 열리는 어방축제속에 잠시 머물며
카푸치노 한잔을 즐긴다.
부산시립미술관의 <부산미술 80년,부산의 작가들>展
광안리 어방축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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