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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겹벚꽃 화사한 민주공원의 봄 산책 본문

靑魚回鄕(부산)

겹벚꽃 화사한 민주공원의 봄 산책

SHADHA 2011. 4. 30. 08:27

 

겹벚꽃 화사한 민주공원의 봄 산책

8년 만의 계약

 

 

민주공원에 분홍빛 겹벚꽃이 화사하고 아름답게 만개하고 있었다.

겹벚꽃

이른 봄날 화려하게 피었다가 금세 떨어져 버리는 벚꽃보다 생명력이 길고 색감이 더 화사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 우연히 산책하다 만난 그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다시 카메라를 들고 찾은 민주공원이다.

목요일. 나는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초조함을 떨쳐내지 못해 다시 민주공원에 올랐다.

 

나는 지난 8년 동안

2003년 이후 계속된 내 인생의 긴 불경기 속에 빠져 헤여나 질 못하고 있었다.

하는 일마다 다 제대로 되지 않는 지독한 불운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2월 중순부터 계획에 착수하여 약 2개월에 걸쳐 5번에 걸쳐 계획 수정하고 나서야

지하 1, 지상 14층의 연면적 4,200평짜리 건축물의 계획이 완성되었다.

예전에 내가 설계하였던 건축물들에 비하여 그리 크거나 상징적인 건축물은 아니지만 내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주고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줄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계획단계부터 생각했었다.

그러나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계획을 할 때마다 조금씩 틀리게 정리된 면적과 내용의 실수가 계속되었고,

(나 개인적으로 수없이 많은 기본계획과 사업분석을 해왔으나 이런 실수는 흔치 않았다.)

끝내 심의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건폐율을 엉터리로 적용하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저질렀다.

그리고 최종 계획이 확정되고 난 이후에도 설계 계약까지 20일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그것이 나를 지속적으로 초조하게 만들었었다.

다행히 나와 20년의 인연이 있는 사업주는 나의 계속된 실수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주었다.

그러고 어제 3개월의 장정 끝에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받아 쥐었다.

이 프로젝트가 내게 경제적인 의미는 크게 주지 않겠지만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이번 일로 몇 가지 중요한 반성을 시작했다.

그것은 나는 나 자신에 대하여 더 겸손해야 된다는 것이다.

나의 실력, 나의 경험, 나의 인간관계에 크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처음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던 그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공부하고 사람 대하 기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하여 오랫동안 하길 망설이던 CAD로 도면 그리기를 공부하기로 했다.

손으로 스케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직접 계획도면을 그려야 하는 당위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지금껏 그래 왔듯이 나와 인연이 한번 된 사람이라면

나의 손해와 이익 여부를 떠나 상대방이 어려운 입장에 처했든, 그러지 않았든 일관된 마음으로 대하고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또 느꼈다.

사람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여 그게 누구든 일관된 마음으로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 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느낀다.

 

내게 많은 반성을 하기 만든 이번 프로젝트.

우연곡절 끝에 그렇게 내게 의미 있는 중요한 계약이 8년 만에 성사되었다.

나는 그렇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렇게 간망한다.

 

설계 계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와 서면으로 나가서 아내가 즐기는 아구찜으로 저녁을 먹으며 말했다.

 

.... 그래도 나 병원에서 살려놓은 보람이 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