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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금정산 범어사 겨울산책 본문
금정산 범어사 겨울산책
범어사 1
흰 구름 사느라
맑은 바람
다 팔았더니,
온 집안이
텅 비어
뼈속까지 가난일세.
머물던 곳
한칸 띠풀집이여,
지금은 떠나야 할 때
꺼지지 않는 불길 속
그대에게
맡기네.
...석옥스님....
부산에 살다보면
범어사 간다고 하는 것은 꼭 절에 간다는 뜻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어 진다.
어릴 적에는 소풍 간다는 것이고,
조금 더 커서는 데이트하러 간다는 것이고,
가을에는 단풍놀이 간다는 것이고,
휴일이면 등산하러 간다는 것이며,
회사에서는 야유회나 회식하러 간다는 것이고
분위기 좋은 곳으로 맛있는 소고기를 먹으러 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리 살면서
범어사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갔으나,
정작
한국 불교의 선찰 대본산이라는 종교적 상징이거나
불교 건축과 예술의 보고寶庫라는 차원에서는
단 한번도 진지하게 접근하지 못했다.
겨울햇살이
초록빛 대나무 잎새와 같이 느껴지는 날,
검은깨를 볶아 뭉친 엿 하나를 입안 가득 넣고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땅 울림없이
그 오랜 고찰을 음미하려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2004년 shadha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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