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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민주공원의 겨울숲 풍경 본문

靑魚回鄕(부산)

민주공원의 겨울숲 풍경

SHADHA 2014. 2. 13. 09:02

 

 

 

 

민주공원의 겨울숲 풍경

겨울산책 1

 

 

 

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문 열고 있었다.
문 밖 짧은 해거름에 주저앉아 햇빛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는 북향,
쓸쓸한 그 바람소리 듣고 있었다

어떤 누구와도 정면으로 마주보고 싶지 않을 때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는 창
나뭇잎 다 떨어진 그 소리 듣고 있었다

세상 모든 추운 것들이 추운 것들끼리 서로 모여
내 핏속 추운 것들에게로 다가와
똑 똑 똑
생의 뒷면으로 가는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있었다

물결치는 겨울 긴 나이테에 휘감긴 울창한
숲 향기와 지저귀는 새소리와
무두무미한 생의 입김들이
다시 돌아올 봄 문턱에다 등불 환히
켜는 소리 듣고 있었다

마치 먼 길 혼자 달려온 천 년 전 겨울
천천히 가슴으로 녹이는 것처럼
내 몸 안의 겨울 이야기들이
소리 없이 내리는 함박눈에 실려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기억 속으로
스며드는 소리 듣고 있었다

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겨울 이야기>  김상미....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쉰지 1달이 조금 지났는데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권태로움이 밀려왔다.

쉬는 동안 건강회복을 하면서 심신을 재충전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였는데,

아무것도 안한다는 것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게 될 줄은 몰랐다.

한참 바쁘게 일할 때는 여기 저기서 빨리 하는 일 끝내고, 같이 일하자고 성화더니, 

일 끝나고 나니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세상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남동향으로 거침없이 시야가 열린 27층 나의 방 책상앞에 앉아 있어도 부산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드는데도

마음과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

겨울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하늘이 푸른 날, 민주공원으로 올라가 숲 길을 거닌다.

어쩌면 내가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날들이 어떤 시간적 한계에 걸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한게다.

늘 그러하듯, 자연은 언제나 초연하고 초조해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그 속에 자연의 슬기로운과 지혜를 배우며 걷는다.

겨울숲을 천천히 거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