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아버지의 정원 본문
아버지의 정원
클레이아크 3
어릴 적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큰 산이었습니다.
지금 제 앞에 계신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 새, 야트막한 둔덕이 되었습니다.
부디 사랑한다는 말을
과거형으로 하지 마십시요....
....인순이 <아버지> 나는 가수다에서의 도입부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의 모습을 떠 올린다.
나의 딸들이 지금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 노래처럼 아버지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살 이후, 나의 삶에서 나의 이름 뒤에는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일이나 사람들을 책임지는 장長 자를 달고 살았다.
군대 입대하여 훈련병시절부터 훈련병들을 책임지는 서무계, 공급계를 맡기 시작하면서
자대에 입대하여서는 상병이 되었을 때부터, 내무반 문화부장을 거쳐 병장 때는 내무반장,
중대본부에서 대대본부로 바꼈을 때 다시 또 내무반장을 맡기도 했었다.
제대후에는 예비군 훈련장에 가면 소대장을 맡았었고, 학교 동기 모임에서는 동기회장을 맡았었다.
그리고 결혼해서 가족들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었고,
회사에 입사해서는 잠깐 주임기사를 하고는 바로 지하철 설계실장, 그리고는 회사 전체 설계실장,
그리고 건축사 시험에 합격한 후 소장이 되었고,
건축설계사무실을 설립하여 법인 전환 후, 4개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서
20살부터 50대 중반까지 약 35년동안 항상 어떤 일들을, 누군가를 책임지는 자리 장長을 달고 살았었다.
지금도 사업을 하지 않는데도 사장으로 계속 불리고 있지만,
다 잃어 버리고,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어깨를 늘어뜨린 채로, 살아가는 힘없는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의 정원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부터,
나는 괜히 슬퍼지기 시작했다....
평생 짊어지고 살던 책임이라는 짐을 많이 덜어내어서 어깨는 가벼워 졌지만,
가족에 대한 짐이 더 많이 무거워진 실패한 아버지의 삶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프고 슬프다,....
아버지의 정원은
<어떤 정원에 대한 현고학적 사색>이라는 부제로
정원설계 박승진,
건축설계 정상철씨의 협업으로 이루어져 작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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