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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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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해안로를 따라 월드컵 등대까지
기장 해안로 산책 5
월전마을을 등 뒤에다 두고 남쪽으로 해안길을 따라 걸었다.
분위기 좋은 바닷가 커피숍과 레스토랑을 지나고 한적한 바닷길도 지나면서
월전마을에서 월드컵 등대 공원을 경유하여 대변항 입구에 이르는 약 4km의 산책길.
그 길을 거닐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 들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점점 더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존재감은 더 작아져 가고,
내 인생은 실패한 것으로 확정지어 지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로하여 나 스스로에게 깊은 자책과 괴리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평생 열심히 공부했으며, 일하며 살았고, 늘 최선을 다했었다.
다만 두 번의 사업 실패와 두 번의 심장병으로 중환자실 입원을 하면서
가난해지고,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서 보잘 것 없고, 능력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그래도 고마울 따름이다.
아직 가족들과 평온하고 화목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가난해도 무시받지 않고, 존중 받으며 살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울 뿐이다.
그래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본래의 나를 망각해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대로 이렇게 내 인생을 끝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되는 산책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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