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대변항 겨울 산책 본문
대변항 겨울 산책
기장 해안길 산책 6
가까운 곳으로의 산책이었지만 오래간만의 외유였다.
푸른 하늘의 겨울,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산책이 오후가 되면서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하여
대변항구에 들어 섰을 때는 쓸쓸한 겨울 풍경을 보여 주고 있었다.
대변항을 ㄷ자로 돌고 걸어서 죽도 앞까지 왔을 때,
기장 해안로 산책을 외롭고 고독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끝냈다.
살다보면 한번씩 지독한 슬럼프가 오기도 한다.
2016년 시작이 그랬다...
모든 것이 다 부질없이 느껴져서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섯가지의 아픔이 번갈아 가며 육체적 고통을 주어서 마음도 힘들었다.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심장병에다가,
심하게 체하기도 하고, 통풍이 오기도 하고, 치통도 앓고, 독감까지 겪었다.
어느 한 가지가 아플 때, 심장약도 먹지 못하고, 통풍이 겹쳐서 와도 또 다른 약을 먹지 못하니,
아픈 것이 반복해서 겹쳐지기 일수였다.
한번 무너진 건강은 작은 파도에도 저항력을 잃어버린 허물어진 방파제와 같아서 쉽게 수습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마음도 편치 않으니 더욱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나마 안위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 머물러 있으면 스스로 아내에게 많이 미안한데
이곳 저곳 계속 아프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명분이 있어서 조금은 덜 미안했다.
덕분에 약 20년만에 다시 찾아본 빌 어거스트 감독의 영화 <정복자 펠레>
19세기 스웨덴에서 덴마크 농장 노동자로 이민 온 가난하고 늙은 홀아버지 <막스 폰 시도우>와 어린 아들 펠레.
2년의 세월이 흘러서 펠레는 더 넓고 새로운 세계로 나갈 결심을 한다.
펠레는 농장에서 나갈 결심을 굳히지만 안정된 생활을 바라던 아버지는 끝내 주저앉고 만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헤어지게 된다.
"나는 이미 늙고 약하지만 너는 어리다. 너는 언제라도 세계로 나가 정복할 수 있다."
열 세 살의 펠레는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자기 앞에 펼쳐진 미지의 세계로 나설 때,
회색빛 바다를 배경으로 마무리되는 영화....
대변항 죽도 앞에서 펼쳐진 바다를 바라 보면서
어떤 알 수 없는 쓸쓸함...허전함을 느껴야 했다.
나이 든 나의 앞에도 펼쳐질 미지의 세계가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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