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선암체육공원에서 만리산까지의 봄 본문
선암체육공원에서 만리산까지의 봄
식목일 산책 2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 날이다.....
그러나 딱히 전화 할 곳은 없다.....아내 뿐이다.
.....여보, 뭐해 ?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통화해요...
.....그래, 알았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다.....
그러나 딱히 편지를 쓸 곳이 없다....아내에게 문자를 보낸다.
.....밥 먹었나 ?
.....응...
.....그래, 알았어....
외롭다고 느낀다.
젊은 날에는 이런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자유롭게 어디든지 갈 곳이 아주 많았다.
젊은 날에는 다정하게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젊은 날에는 가슴으로 편지를 써서 보낼 곳도 있었다.
지금은 없다......
오래 전에 파멸이 오면서,
스스로 내가 만든 나의 섬으로 잠적하고 숨어 있으면서 오랜 시간이 흘러서
나는 스스로 잊혀진 사람이 되어 갔다......
나의 섬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이제는 갈 곳도 없고,
전화 받아 줄 사람도 그리 많이 없고,
편지를 받아 줄 사람도 없다......
아무도 없다....
그런 날...
팔금산 기슭, 산복도로 엄광로에 자리잡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외진 곳, 선암 체육공원의 벚꽃잎 떨어지는 풍경을 따라 산책하다가
아무도 없는 체육공원 벤치에 앉아 임재범이 불렀던 <빈잔>을 나즈막이 따라 부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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