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동천은행나무길 저녁 산책길 본문
8월 31일과 9월 1일, 집에서 저녁식사 후 혼자 저녁 산책을 하기 위하여 동천 산책로와 동천은행나무길로 향했다.
낮에는 자주 걷는 길이지만 밤에 외출을 하여 산책하는 것은 요즘 들어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점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
젊은 날에는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나 야망, 또는 진취적인 다짐이나 미래에 대한 밝은 꿈을 그리며 산책하였는데,
지금은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은 체념하게 되고,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만 품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 그래서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동천은행나무 거리는 2011년부터 2013년 12월까지 전포 카페거리 근처에 내가 설계하여 공사한 건축물의 감리 감독을 하기 위하여 매일 출퇴근을 하던 아주 익숙한 거리이다.
요즘도 주말이면 아내와 자주 방문하는 서면 NC백화점과 예전부터 즐겨 다니던 부전도서관, 서면 놀이마당과 전포카페거리가 있는 동천은행나무길.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거리이다...나의 많은 추억을 담고 있는 그 거리.
부전도서관앞을 지날 때, 갑자기 이른 가을비, 지나가는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우산을 쓰거나, 차를 타러 가거나 어딘가로 들어가서 비를 피하지 않고 그냥 맞고 걷기로 했다.
좋다....흠뻑 젖어도 시원해서 좋았다....나는 아직 충분히 젊으니까.....
그렇게 서둘지 않고 걸어서 귀가하여 아내에게 핀잔을 듣던 날의 9월 1일, 가을을 시작하는 비 내리는 밤의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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