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여름날 푸른 단풍 나무 아래에 서서 본문
폭염이 계속되는 8월, 잠시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가 푸른 단풍나무 아래에 섰다.
지난 6월 이후 꾸준하게 올리던 블로그도 하나 올리지 않고 조용한 일상을 보냈다.
연속하여 갈 나의 삶을 체념한 듯이 그리 보냈다.
올해 1월 말에 겨울 산책을 하다가 지병인 심부전에 기관지염이 겹치면서 1월, 3월, 5월에 세 번이나 백병원에 입원했었다.
3월에는 중환자실을 경유하여 1개월 이상 병실에 누워있었다.
그러는 과정에 심장 기능은 더 나빠지고, 신장(콩팥) 기능도 나빠졌다.
1달에 한 번 백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도 하고 정기 진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아서 귀가한다.
그러나 언제 다시 병원에 입원할지 알 수가 없다.
완치는 전혀 불가능하고 더 악화되지만 않으면 그것이 최선인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식생활 개선을 하고 처방된 약을 먹고 있어도 안 좋아지는 곳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숨은 조금씩 더 가파지고, 다리는 점점 더 붓기 시작했다. 걷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이따금 외출하여 아내와 지인과 식사도 하고 산책하지만 몸이 느끼는 부담감은 아주 크게 느껴진다.
8월 21일이 병원 정기 진료일인데 각종 검사결과에 따라 또 입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들은 누구나 알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산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앓고 있는 병에 따라서 6개월, 1년 시한부 삶을 선고받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마저도 알 수 없다. 1달 후가 될지, 1년 후가 될 지, 그 이상이 될 지 알 수없다.
내일 죽는다고 해도 나는 그리 서러울 것은 없다.
다양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최대한 많이 하고 누리고 살았기 때문이다.
착하게 잘 성장해 준 고마운 두 딸과 많이 미안하고 고마운 아내가 내 곁을 변함없이 지켜 주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50년 친구가 폐암에 폐렴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인간은 누구나 다 죽는다.
내년이면 내 나이 70살.
아파트 옆 여름 단풍나무 아래에 서서 일본을 지나가는 태풍 <란>의 영향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의 아픔과 삶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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