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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해 질 무렵 동천 산책과 사라지는 추억들 본문

靑魚回鄕(부산)

해 질 무렵 동천 산책과 사라지는 추억들

SHADHA 2024. 7. 1. 09:00

 

 

6월 19일 저녁식사를 마치고 동천으로 나와서 산책을 시작하였다.

부산 시내의 다른 곳에서 살다가 2,000년에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왔으니 벌써 24년이 지났다.

 

나에게 동천은 아주 오래된 추억들을 담고 있는 곳이다,

우선 나의 모교였던 부산공업고등학교가 대연동 새로운 학교로 이전하기 전까지 등하교를 하던 곳.

어느 해인가, 동천이 범람하여 학교 교실들이 진흙탕이 되어 대청소를 하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친구와 깊은 밤이 될 때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와룡생>의 무협소설과 <코난도일>의 추리 소설을 읽다가 

꽈배기 하나씩 입에 물고 책가방 옆에 끼고 동천 철교를 건너서 집으로 가던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6월 23일이 나의 70번째 생일이다.

그러니 50년이 넘는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담고 흐르는 동천이다.

 

지금도 아내와 주로 쇼핑하러 가는 문현 이마트가 동천가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왔던 2,000년도부터 쇼핑과 영화관람, 찜질방 등 문화생활을 하던 <지오플레이스>

지하의 카르프와 그 이후 바뀐 홈플러스는 한동안 우리 가족의 주요 쇼핑 장소였다.

그<지오플레이스>가 곧 없어진다고 한다.

20년이 훨씬 넘는 우리 가족들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또 한 곳은 역시 20년이 넘는 우리 가족들의 추억을 담고 있는 <서면 NC백화점>

아내의 회사에서 가까워서 아내 퇴근 무렵에 가서 아내를 자주 기다리다가 만나던 곳.

딸들과 손자 손녀들과 자주 가던 6층의 샤브샤브 전문점 <로운>, <킴스클럽>, 아내가 좋아하던 <모던 하우스>

딸들과 함께 영화<맘마미아>를 보던 영화관, 중저가 옷을 사기 위해 자주 가던 곳.

얼마 전 까지도 아내와 쇼핑하고 산책을 하던 곳이었는데 이제 사라진다고 한다.

 

나의 오래된 추억을 담은 장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설계하고 건설된 건물들이 철거되고 사라지는 것처럼....

70살..... 주변의 추억들은 그렇게 사라져 간다고 동천을 거닐면서 생각했다.

 

범냇골 사거리를 거닐 때, 석양이 붉게 지고 있었다.

 

 

 

  

동천 옆에 있는 서면 지오플레이스

 

 

서면 NC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