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오래된 추억을 간직한 을숙도 본문

靑魚回鄕(부산)

오래된 추억을 간직한 을숙도

SHADHA 2024. 9. 30. 09:00

 

– 벽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면의 벽, 아니 삼면이라도 좋겠지?

  삼면이라도 방이 될 수 있을까? 그런 방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그런 방이 어디 없을까?

 

.......... 마렉 플라스코 <제8요일> 중에서

 

나와 을숙도와의 인연은 제대하고 난 이듬해인 1978년 부터 시작되었다.

 

아주 젊은 날,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터질 듯 설레고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모든 것이 다 꿈만 같던

그런 날.

우리 서툰 연인들은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에덴공원 숲 속을 거닐며 사랑을 배우기 시작했었다.

 

군대에서 제대한 그 다음해 쯤에

서울로 훌쩍 떠났던 그녀가 나를 만나러 다시 돌아온 날도

우린 손을 마주 잡고

이곳으로 왔었다.

 

하늘목장이었을 것이다.

멀리 낙동강과 하구언이 보이던 곳.

매일 편지를 주고 받아도

하고 싶은 말은 너무도 많아서 멈추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헤어지기가 아쉬워 걷고 또 걸어서

하구언 둑을 넘어 더 먼 곳으로 가고자 했었다.

그래야 다시 돌아오는 길이 더 멀어서

더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간 을숙도 갈대 숲.

제 8요일의 아그네시카가 원하던

하늘은 열리고 사방의 벽은 막혀있는 그런 방처럼

을숙도의 갈대밭 속은

키보다 훨씬 높은 갈대 숲을 이루고 있어

그 안으로 들면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우린 사라져 버릴 수 있었다.

푸른 하늘만 보이고

사방은 온통 갈대의 금빛 벽으로 도배한 것 같았다....1978년

 

 

오래된 추억을 담고있는 을숙도를 다시 자주 찾게 된 것은 2005년 이후 부터로 기억된다.

2020년 부터는 봄날이거나 가을날이면 아내와 을숙도 생태공원을 걸으며 산책을 즐겨 하는 곳이 되었다.

낙동강 문화원과 을숙도 문화회관, 을숙도 체육공원, 그리고 부산 현대미술관이 들어섰고,

작년에 국립 청소년 생태센터가 건립되었고,

2022년에 커피숍<블랙업>이 생겨서 아내와 산책하러 오는 날이면 커피와 빵을 먹는 곳이 되었다.

 

9월13일, <부산 비엔날레>전시회를 보러 부산 현대미술관으로 가는 날. 

오전 일찍 현대미술관 오픈 시간 10시까지 을숙도로 들어가서 천천히 산책을 하며 지난 추억들을 떠올렸다.

 

 

 

 

커피숍 블랙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