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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구마모토 성곽을 거닐던 추억 본문

꿈꾸는 여행

구마모토 성곽을 거닐던 추억

SHADHA 2025. 4. 16. 09:00

 

 

1995년 7월.

 

금요일 아침 출근길.

아침 햇살이 맑고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부둣길을 달리던 중

먼 시야 산 너머 김해공항에서 비스듬히 하늘을 차고 오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순간,

어디론가 갑자기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공항의 대한항공으로 전화를 하여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차를 공항으로 바로 몰았다.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에 카메라만 챙겨 들고 떠났다.

 

11시에 김해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1시 45분에 하카다 공항에 도착하고,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10분거리의 하카타역으로 나왔다.

후쿠오카는 너무 가깝다.

구주섬의 최남단 가고시마행 제비가 그려진 특급열차표를 티켓팅하고,

하카다 역에서 열차 안에서 먹을 점심도시락을 골랐다.

(모양과 맛이 다양한 엄청난 종류의 도시락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후쿠오카에서 두시간 거리의 구마모토.

깔끔한 붉은빛 식탁까지 갖추어진 창가 좌석에 앉아 도시락을 펴고,

그리 많이 낯설지 않은 규슈의 시골 풍경들을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

 

떠나고 싶었다.

늘 양 어깨를 짓누르는 일들과 사람들과 책임으로부터

조금이래도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제주도나 경주나 설악산으로 혼자 떠나도 되는 일이나,

그 곳으로 떠난다 한 들 나를 둘러싼 것들로부터 떠났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거리는 대전만큼의 거리를 왔지만

외국에 온 것이다.

그것이 나를 좀 더 안위하게 해 준다.

 

구마모토.

규슈의 중간에 위치한 크지 않은 도시이나,

맑다.

외롭지 않은 靜함이 있다.

바다가 가까워 싱싱한 해산물들이 있고,

넓은 초원 곁에 있어 육고기 또한 싸고 싱싱하다.

 

자주 가게 된 백강 근처 작고 깔끔한 호텔에다 여장을 풀고

가벼운 샤워를 하고. 구마모토성 (웅본성)으로 간다.

 

웅본성곁을 흐르는 강가 산책로를 사념 없이 걷고,

웅본 성곽아래 한적한 숲과 잔디밭을 걷는다.

거기서 뇌 속에 가득 찬 고뇌들을 턴다.

아주 미세하기는 하지만 책임감 느끼지 않는 자유를 느낀다.

작은 강 따라 성곽 먼 쪽까지 걸어갔다,

분위기 좋은 전차를 타고 번화가로 돌아와 멋진 저녁을 고른다.

 

맑은 초록빛이 가득한 성곽아래를 거니는 것이 좋다.

 

................. 1995년 7월 <구마모토 여행> 중

 

 

 사진 : 구글어스

 

 

 

1995년 7월 구마모토 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