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후지산 아래에서 맴도는 고독 본문
山을 담는 여덟 개의 샘
忍 野 八 海
山이 하늘에 메일 때는
하나의 山이고,
山이 바다에 메일 때도
하나의 山인데,
오시나 핫카이(忍野八海)에 메일 때는
하나 山이
여덟개의 山이 된다.
후지산
白雪 山頂이
호숫가 작은 마을 오시나 핫카이.
그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의
여덟 개 소담스러운 작은 샘에 빠져
노닌다.
太山같은 山을
명경같이 맑은 물에다
한아름 품을 수 있으니,
아무리 작고 소담스런 샘이라 하더래도
바다와 같다 하겠다.
난초의 초록향과
후지산의 순백의 향이 만나
연분홍 꽃망울을 영글게 하는
오시나 핫카이 忍野村.
오시나 핫카이 忍野村.
후지산 아래에서 맴도는 고독
해 질 무렵의 후지요시다(富士吉田)역
5月인데도 바람이 매섭게 춥다..
후지산 아래 작은 역 대합실내로 산정에서 불어온
하얀 눈바람이 지나간다.
한 무리의 참새떼가 가는 길과 오는 길이
멀리쯤에서 만나게 보이는 곳으로 날아가고,
후지산 등산을 마친 일본 노인 몇몇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쓸쓸해 보이는 승강장 나무벤치에 앉아 있을 뿐이다.
먼 끝까지 밀려가는 철로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애절한 마음.
어디로 향하는 마음인지 알 수는 없지만
들리다가는 끊이고 하는 일본 연가속에 같이 묻어둔다..
춥다.
뚜껑을 따지 않은 뜨거운 캔커피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비비기도 하다가 목덜미며, 배 위에도 얹어봤다.
이내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정장을 한 역무원의 수기가 흔들어질 무렵.
후지산 서쪽으로부터 신주쿠로 가는 기차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후지 요시다 기타구치 혼구 후지 센겐 신사
아시노 호수
아시노 호수
동경에서 기차를 타고 후지산을 향해 1시간 40분을 달려와
고텐바(御殿場) 역에 내렸다.
노란 등이 세 개씩 묶여 달린 가로등이 아름다운 조용한 마을.
그 마을을 그 마을 사람인 것처럼 여유롭게 산책하다가,
길모퉁이 가게에서 도시락을 골라한 손에다 들고
후지산 동쪽 기슭 낮은 언덕을 버스를 타고 넘었다.
언덕 위로 올라설 때는 온 세상이 다 보이다가
언덕 아래로 들어설 땐 잘 보존된 자연림으로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그 숲의 끝에 산중호가 보이고, 호숫가 마을들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호숫가 작은 공원에 앉아 고텐바에서부터 봄 소풍 가듯
들고 온 도시락을 펴고 아주 늦은 점심을 먹었다.
흐려진 날씨 탓에 바라다 보이는 전경들이 화려하기 보담은
다소 우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5월까지도 지지 않은 분홍빛 벚꽃들이 아직 호숫가에 피어있어
그래도 후지산의 봄내음을 느낄 수가 있다.
반나절 이상 후지산 주위를 맴돌았으나,
흐린 날씨 탓으로
끝내 하얀 눈으로 덮인 후지산정을 가까이서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백조 유람선을 타고 산중호수에 떠 있었다.
..................................................................................................................................................................................................
1994년 5월 오시나 핫카이
1994년 5월 아시노 호수
1994년 5월 후지 요시다 기타구치 혼구 후지 센겐 신사
'꿈꾸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젊은 날, 소설 세계와 영화 설국 (1) | 2025.05.26 |
---|---|
이일시 온천 료칸의 추억 (1) | 2025.04.25 |
신주쿠에 별이 뜨지 않는 이유 (0) | 2025.04.18 |
구마모토 성곽을 거닐던 추억 (1) | 2025.04.16 |
스위스 알프스 티틀리스의 추억 (0) | 2025.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