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나의 젊은 날, 소설 세계와 영화 설국 본문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문학에 심취하던 나의 젊은 시절에 글을 쓰고 싶게 만들고, 소설속으로 들어가서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해 주던
작품들과 작가들,
앙드레 말로, 훼밍웨이, 오 헨리, 앙드레 지드, 생 땍쥐베리, 리챠드 바크등 좋아하는 많은 소설가들이 있었으나,
그 중에서 4명의 작가들이 나의 뇌리 속에 깊숙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알베르 까뮈,
레마르크,
솔제니친,
가와바타 야스나리.
알베르 까뮈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양로원은 알제에서 팔십 킬로키터 떨어진 마랭고에 있다. 2시에 버스를 타면 오후 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밤샘을 할 수 있고, 내일 저녁에는 돌아올 수 있으리라.
나는 사장에게 이틀 동안의 휴가를 청했는데 그는 이유가 이유니만큼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나는 그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사장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알베르 까뮈<이방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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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두사람은 마르세이유街를 거슬러 올라갔다.
남자는 여자가 자기에게 의지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여자가 휘청거리면서
그에게 몸을 바싹 붙였다.
세이요의 네거리 건너로 길이 트이고
저 멀리 비를 머금은 하늘 아래 우뚝 솟은
거대한 개선문의 시커먼 모습이 보였다.
라비크는
불을 밝힌 어느 비좁은 지하실 입구앞에 섰다.
..아직 이 집에선 뭔가를 팔거요...
운전사들이 모이는 바였다.
두 명의 택시 운전사가 트럼프를 치는 옆에서
매춘부들이 압상주를 마시고 있었다.......레마르크 <개선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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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음식은 그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이 빵조각을 먹듯이 먹어야 하는 법이다.
입안에 조금씩 넣고 혀끝을 이리 저리 굴리면서, 침이 묻어 나도록 한 다음에 씹는 것이다.
그러면,아직 설익은 빵이라도 얼마나 향기로운지 모른다.
수용소에서 생활한 지 만 팔년째, 그러니까 벌써 구 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슈호프가 먹은 것이 무엇인가.
옛날 같으면 입에도 대지도 못할 그런 것들만 먹고 있는 것이다...솔제니친 <이반데니치의 하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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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고마코의 전부가 시라무라에게 전해져 오는데도 불구하고,
고마코에게는 시라무라의 그 무엇도 전해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시라무라는 공허한 벽에 부딪는 메아리와도 같은 고마코의 소리를,
자신의 밑바닥으로 눈이 내려 쌓이듯 듣고 있었다.
이러한 시라무라의 자기 본위의 행동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었다.....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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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2025년 5월 12일, 20대 젊은 시절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을 읽으며 머리속으로 상상하던
그 장면들을 50년이 지난 70세의 나이가 되어서야 보게 되었다.
눈 속을 지나가는 기차와 시골역과 눈 덮힌 작은 마을과 온천 여관의 풍경이 소설속에서 느끼던 것과 비슷했다.
이따금씩 배경음처럼 들리는 기차의 기적소리가 낭만적이었다.
설국 Snow Country 1965년
감독
오오바 히데오
출연
이와시타 시마, 키무라 이사오, 카가 마리코, 사와무라 사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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