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이일시 온천 료칸의 추억 본문
누군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누구인가 하여
작은 뜰로 나서고 보니
맑은 적막감만이
가슴이 시리도록 출렁인다.
애 띤 처녀같이
수줍은 미소를 지닌 연분홍 꽃나무와
잘 다듬어진 소나무사이,
여정 길에 잠시 손목을 놓았던
나의 사유가
지붕 끝에 매어달린
쇠사슬 물이랑 곁에 서 있고
아슴아슴 다가 서는
근심 없는 하늘빛이 있을 뿐,
청아한 새소리가
지나치게 행복에 겨워하길래
어느 나무쯤 둥지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나 하여 발걸음을 옮길 때,
또 누군가가
살며시 어깨를 짚는다.
아!
하얀 목련꽃이 거기 있구나.
눈부시도록 하얀 꽃잎들이
하늘 하늘
바람들과 장난질 치다
객사에 홀로 든
외로움 가득한 사람에게
함께 끼여 놀자고 한다.
청록빛이 맑은
향 짙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트인 창 밖 숲 너머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만나고
하얀 수건 머리에 동여매고
온천 숲 뒷 뜰을 걷는
그런 날 오후에는
가슴팍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뽀얀 안개꽃이 핀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우리 일행은 예정에도 없던
이일 시 온천으로 가기 위하여 밤차를 탔다.
보다 더 일본적인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설국>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어떤 느낌을 찾아서,
청아하면서도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
설국의 배경이 된 니이가다현보다는 훨씬 더 남쪽에 위치하고,
눈이 내리지 않는 곳이긴 하지만.
게이샤 고마코의 체취를 찾기 위해 시마무라처럼 그리로 향했다.
밤 열차 차창으로
가는 빗줄기가 뿌려지기 시작하자 그 처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드는 작은 역.
하카다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달려온
후쿠오카 현의 작은 역 후쓰카이치역..
일본 전통적인 느낌이 강한 가옥들이 즐비한 토속적인 마을.
그중에서도 풍취가 뛰어난 료칸 다이마루 벳소에 들었다.
하룻밤에 일인당 40만원..료칸
특급호텔 요금보다 훨씬 더 비싼 아담한 여관.
일본을 더 깊이 느끼기 위하여..
가와바따 야스나리를 느끼기 위하여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여장을 풀고 온천욕을 즐기고는
밤 산책을 나서보지만
마을 온 거리가 한적하여 신고 나온 일본 슬리퍼
나무 나막신 소리만이 요란하다.
다다미방에서 일본 녹차를 마시고
단잠에 들고,
아침 새소리에 눈을 떠
곱게 기모노를 차려입은 여인이 무릎을 꿇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시중을 드는
호사를 누리던 아침식사.
평온함과 정 靜함을 느낄 수 있었던,
짧지만 설국에서 만났던 온천의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이일 시 온천에서의 추억.
.............1995년 후쿠오카 여행 중
1995년 다이마루 벳소 료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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