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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성지곡의 봄 본문

靑魚回鄕(부산)

<부산>성지곡의 봄

SHADHA 2005. 4. 22. 21:33


S p r i n g






성지곡 수원지의 봄

내 마음의 숲






성지곡 수원지-
사진에 있는 다리를 몇번이나 걸어보곤 했습니다.
나의 나태함과 무기력함과 상실감이 기억나지 않을 때까지.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두어번 되풀이 걷다가
수원지 옆으로 난 숲길을 걸어가면
잉어가 사는 다리가 또 있었던가요?
靑漁도 살았던가요?

숲은 나무가 모여있는 숲은,
고요하고 건강한 허파로 뭉쳐있는 허를 찔렀습니다.
늦가을 간간히 들리는 풀벌레 소리와
깃을 움츠린 새들의 속울음이 환청처럼 들려왔습니다.
물가에 잔 가지를 적시고 있는
수원지의 나무들은 더없이 한유로와 보였습니다.
낭창낭창 가지를 드리운 나무들은.

마음의 푸른잎을 잃지 않으려
가까운 숲을 찾아 소풍나가던 날,
말라가는 잎들이 쌓인 벤치에
등 굽은 할아버지의 흐려진 시야와 잔디밭에서
하오의 햇살을 즐기는 신혼들도 더러 눈에 띄었지요.
閒中閒처럼.

흐려진 시야를 가진 등굽은 할아버지도,
삶의 행복에 눈뜨기 시작한 신혼의 그림자도 지나가는
햇살처럼 무의미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니 자연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노랗게 물들여 주었습니다.
길은 끝이없고 나무그림자를 태우던 하얀 빛도
끝이 없었습니다.

수원지의 가을,
숲은 귀가 되어 나의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숲은 눈이 되어 나의 눈을 틔워 주었습니다.
숲은 손이 되어 나의 고독한 이마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숲은 뭉툭한 턱이 되어 축 늘어진 나의 어깨를 압박해 주었습니다.

극초록의 잎들이 홍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지금은 아주 깊숙한 가을인 것 같습니다.
피었다 져서 다시 겹쳐져서 반복되는 삶.
그리고 숲,
그건 아마도 끊임없이 생을 긍정하는 쿵쿵거림과도 같을런지요.
자신을 향한 희미한 동경과도 같은 것일런지요.
하늘을 이고 있는 울창한 가지도,
그 나무 밑둥을 받치고 있는 갈등많은 뿌리도
우리가 긍정하지 않으면 안될 고귀한 삶의 이유들인 것처럼.
비가 와서 더욱 깊어진 가을,
시든 꽃덩굴과 말라버린 도토리들이 수북한 길을
저벅저벅 거닐고 싶어집니다.

...아스라님<내 마음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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