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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shadha>해운대 보슬비 내리는 밤 본문

告白과 回想

<shadha>해운대 보슬비 내리는 밤

SHADHA 2004. 1. 24. 21:30



Shadha
2003







해운대 보슬비 내리는 밤

아내와 함께한 밤 데이트






1. 미역국대신 김치전골로 대신한 아내의 생일.


서울, 대구, 부산,

부산에 머물러도 그 동쪽끝에서 서쪽끝으로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일상.

그런 저보다 더 바쁘게 사는 삶의 동반자이며 동업자인 아내.

꽉 짜여진 회사 일과후에도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얼마전부터 사찰에 들러 하루에 세시간씩 기도를 하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아내.

안스러워 그만두길 종용하였으나 그 또한 아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편이며 행복인 것을...


지난 월요일이 그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가족들 모두가 생식 한잔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집을 서둘러 나서 각자의 바깥 생활에 매달리는데..

늦은 오후에 큰딸아이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깜박 잊고 있었던 아내의 생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일 선물은 딸들이 준비하고

저는 케익과 꽃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


아내의 식성.

아내의 식성은 까다롭다.

왠만큼 잘한다고 소문난 음식점에 가서도 만족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양식이나 일식같은 비싼 음식을 선호하지 않고,

생대구탕이나 생태탕. 대구뽈찜이나 삼계탕을 즐긴다.

그래서 아내와 단 둘의 외식때는 그 코스가 늘 정해져 있다.

그중 중앙동에 있는 작은 김치전골집이 있는데,

아내는 그 집 김치전골을 유난히 맛있게 먹었었다.


........................................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내는 그날이 자신의 생일인줄도 모르고 있었고

외식하자는 저의 제안에 아내는 피곤하고 배고프다며

집에 빨리 가서 저녁을 먹고 싶다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있는 딸들과 다시 통화하여

....엄마 집에서 식사한다고 하니까 쌀 씻어놓고 밥할 준비 해놔라.

....아빠, 찬밥이 많은데...새로 밥하면 엄마가 뭐라한다...

....그래도 엄마 생일인데 찬밥 먹게 할 수 없잖아..

....그래 알았어..


딸과 통화후 중앙동 김치전골집으로 달려가 김치전골 2인분을

포장하여 달라 부탁하였습니다.

미역국을 끓일 줄을 몰라 고민하다 순간적으로 김치전골을 생각하게 된 것.

주인 할머니는 흔쾌히 육수와 양념과 고기와 야채들을

따로 따로 포장하여 건네주면서

....3인분은 더 되게 넣었으니까 맛있게 끓여 드세요...

돌아오는 길에 요즘 딸들이 좋아하는 고구마 케익을 하나 사고

집으로 돌아와 딸들과 함께 아내의 저녁 생일상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아내에게 수시로 전화하여 집에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추정하고

집 근처까지 다 왔을때 압력밥솥의 밥을 돌리기 시작하고

김치전골의 재료들을 넣고 전골을 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내가 집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씻고나면

바로 식사 할 수 있도록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김치전골은 누가 만들었는데 ?

...아빠가...

....너무 맛있네...너희 아빠 건축사 안하고 김치전골 요리사 해도 되겠다.

딸들의 밝은 웃음소리속에

아내의 얼굴에 환한웃음이 돌았습니다.


p.s 적은돈 들이고도 아내에게 구박받지 않고 사랑받는

남편되는 방법중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2. 해운대 밤 데이트


언젠가부터 아내와 단둘이 하는 외식이 잦아졌었습니다.

딸들이 다이어트한다고 저녁을 먹지 않거나 밖에서 해결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저는 저대로 바쁘다 보니

저녁 늦은 시간에 집에서 밥을 하여 둘이 먹는다는게 번거롭고 하여..

그러다 최근에는 너무 바빠 외식의 기회가 없었던 터

아내의 생일날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도 있고 하여

아내에게 이른 저녁 데이트 신청을 하였습니다.

우선 조방앞 소갈비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이긴 하지만

밑반찬이 다양하고 깔끔하여 아내의 입맛 기준점을 통과한 식당.


저녁 식사후 아내와 저는 황령산 터널을 지나 광안대교를 타고

해운대 달맞이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자판기 커피를 빼어들고 해월정에 올라 먼 경치들을 볼 무렵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일석이조.

저는 그 데이트로 아내를 즐겁게 해주고,

칼럼에 올릴 해운대의 밤사진도 찍을 수 있었으니,

바로 일석 이조의 밤이었습니다.


해운대 해상호텔 커피�에서 아내와 함께 쥬스를 마시고,

마리나 방파제를 돌고,

광안리 수변공원으로하여 광안리 바닷가를 돌아 왔습니다.

비의 내림으로 사진에 잔상이 번지고 선명도가 떨어졌어도

그날밤 아내와의 밤 데이트는

광안대교에 수놓아진 아름다운 불빛처럼,

그날밤 내리는 비를 타고 흐르는 수채화처럼

아주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