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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고백과 회상>첫 번째 奇蹟 본문

告白과 回想

<고백과 회상>첫 번째 奇蹟

SHADHA 2004. 1. 24. 21:53




shadha의 告白
2003





첫 번째 奇蹟







1. 첫 번째 큰 시련


그것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난 30대 중반에 이미 경영자가 되어 있었다.

젊지만 아직 세상을 다 모르던 때,

그저 패기하나로 세상을 헤쳐 나가려 할 때,

큰 시련 하나를 만났었다.

그것은 건축 설계회사를 설립한지 반년도 채 안 되어서

국가적 건축 자재난이 심각해져서 전국적인 건축허가 규제라는

최악의 상황이 온 것이었다.

모든 건축 설계회사들이 대대적인 직원감축과 급료삭감으로

경비를 최소화하여 그 난국을 벗어나려 했으나

난 그러지를 못했다.

나와 같이 신설된 회사를 만들기 위하여 그전 직장들을 버리고

나를 따라 나섰던 직원들,

그들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었다...

6 개월간만 견디면 된다는 판단으로,

설계 수입은 한푼도 없는 상황에서 빚으로

건축허가 규제된 그 6개월을 잘 버텼다.

그러나 다시 연장된 6 개월...

그 사이에 추석과 연말, 구정까지 끼어 있었다.

더 더욱 그들을 내칠 수가 없었다.

경영자로서는 어리석은 판단이었지만 보너스까지 지급했다.

규제만 풀리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나를 선택한 그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집념도 있었다.

그러나,

빚으로 버틴 그 1 년.

그 1 년 뒤 건축규제가 풀린 후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불경기였다.

그 불경기로 인해 설계를 의뢰해서 작업하던 모든 일들이 중지되고

일은 거의 다해놨지만 설계비를 받을 수는 없었다.

남은 것은 4 억원에 가까운 빚.

그 빚으로 인해 하루하루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피폐해져 가기 시작했다.







2. 일요일마다 성당을...



내겐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있다.

주위 사람들이 네게

그 친구 한사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자라 할 정도의,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그 친구는

일요일 아침마다 성당 미사에 데리고 갔다.

성당 미사의 그 분위기와 음악에서도 난 안위를 할 수 있어

그를 따랐다.

기도를 할 줄은 모르지만 마음으로 나의 무지함을 빌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 일요일 미사에 서울에서 온 친구까지 참석하는 날.

제일 왼쪽에 내 친구의 아내가 앉고 그 다음이 그 친구,

그리고 내 곁에는 서울 친구.

나는 제일 오른쪽에 앉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기도에 몰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앞에서 나의 어깨를 잡았다.

놀라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는데..

다시 눈을 감으니 목덜미에서부터 허리까지 척추를 타고

전기에 감전된 듯한 전율이 심하게 느껴졌다.

그 기분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미사를 마치는 순간 제일 왼쪽에 앉았던 친구의 아내가 울고 있었다.

그 아내는 같이 성당에 온 친구의 어머니를 모시고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 세 명의 친구는 성당을 따로 빠져 나왔다.

....야! 나 오늘 기도하면서 이상한 일을 겪었다...라며

일어난 일을 그들에게 말했다.

더욱 더 신기한 것은 기가 죽어서 축 쳐져있던

나의 어깨와 목에 힘이 들어가 있고

나도 모르는 자신감에 차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일요일 우리 세 사람은 그렇게 어울려 놀다 밤이 늦어서야 헤어졌다.







3. 하늘에서 빛이...



월요일 오전, 하늘은 암흑같이 어두웠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기사님, 마음이 울적해서 해운대 바람이나 쉬러 갔으면 좋겠습니다.

도시 고속도로를 달려 해운대쪽으로 달릴 때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짙은 암흑.

승용차 뒷좌석에서 손을 머리에 댄 채 차창에 기대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환한 빛이 손가락의 관절들과 살들을 투영하고 눈에 들어

강한 눈부심을 느끼게 하여 고개 들어보니

그 어두움 속에서 구름을 헤치고 한줄기 햇살이

나의 차를 따라 오며 내 얼굴에 와 비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우연한 자연 현상 일 수도 있으나

특별한 느낌을 가지게 한 것은 틀림 없었다.

....사장님께 좋은 일이 생길 징조 같습니다.

50대의 나이에 어린 사장의 운전기사를 하지만 언제나

같이 걱정해 주시던 그 분의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카폰(그 당시에는 핸드폰이 없던 시절)의 벨이 울렸다.

나의 그 친구.

....빨리 만나야겠다. 너에게 해 줄 말이 있어...







4. 은혜의 시작



서울친구와 함께 자리에 앉은 그 친구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나왔다.

...어제 우리 와이프, 미사 끝나고 우는 것 봤제 ?

왜 울었느냐고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안 하다가 한다는 소리가

" 하사장님은 이제 살아 나실겁니다" 하더라고...

그래서 따져 물으니, 기도를 하고 있는데 하얀 옷을 입은

천사가 자기 앞에 와서 불덩어리 하나를 가슴에 안겨주고

나하고 이 친구를 지나 너의 앞에 서더니 너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 주시고는 사라지셨데...

...설마 ?

...어제 네가 그랬잖아, 누군가가 너의 어깨를 잡았다고..

그리고 척추를 타고 전기가 흘렀다고,....

나도 와이프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학창시절부터 알베르 까뮈와 장 폴 사르뜨르에 심취해 스스로

무신론적 실존주의자라 칭하던,

그래서 신의 존재나 종교를 굳이 부인하지는 않아도

인간 스스로가 운명을 만들어 간다고 믿고 있던 사람으로서

그 말을 믿기가 힘들었다.







5. 화요일 오전



병원 설계 때문에 몇 년 동안 친분을 유지하던 모 병원 이사장이

갑자기 사무실로 왔다.

...하사장 얼굴이 왜 그래 ? 무슨 고민 있어 ?

그렇게 시작되어 가슴속에 있는 고민을 다 털어놓았는데...

...남자가, 그것도 사업가가 돈 몇 억 때문에 좌절해선 안되지,

당장 계약서와 장부를 우리 경리부장에게 보내...

4억 ! 지금 시세로서는 약 8억에 가까운 돈.

그 참담한 불경기에 그는 내게 그 돈을 빌려 주겠다 했다.

...그리고 당신은 기술자고 예술가야...

기술자가 경영자까지 겸하면 어려워,

내가 우리 경리부장을 붙여 줄테니 당신은 일에만 신경 써...


일요일 그 성당 미사 이틀 후 난 그 길고 어두운 고통에서 벗어나

새롭게 회사를 정상화 시켜 나갈 수 있었다.







6. 그것이 기적인 이유.


...저는 아무래도 이해가 안됩니다.

나의 회사에 경리부장으로 배치된 그 이사장 밑에 10년을 넘게 있었다는

경리부장은 그분 집안의 가풍과  그 분의 성격으로 보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분 아버님이 그렇게 부자여도 사용한 휴지 한 장

그냥 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코 푼 휴지를 말려 다시 코를 푸실 정도로..

그리고 이 분들은 친척이라도 절대 돈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단 돈 10원도...

그러니 단 하루만의 결정으로 사장님한테 큰 거액을 이자도 없이

빌려 드린다는 것은 이해가 안가는 일입니다.


훗날 그 이사장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돼...내가 왜 그 때 피 한 방울 안 섞인

하사장에게 그런 돈을 빌려 줬는지...

내가 화요일날 당신 사무실에 갔지 ? 그 일요일날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는데, 자꾸 당신 생각이 나더라고...


그 일요일...내가 성당에서 특별한 체험을 했던 그 일요일.


그 이사장의 집안은 아주 독실한 크리스챤 집안이다.

첫 번째 형님도 병원장님이고 두 번째 형님은 목사님으로

병원 땅 안에 교회를 별도로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독실한..

막내인 그도 독실한 크리스챤...


그러고도 한참 후 IMF가 와서 모든 것을 다 잃고,

집마저 다 날아가 갈 곳이 없었을 때 그는 또 다시 자기의 건물을

우리 가족들이 살 수 있도록 내주었다.







7. 용서를 빌기마저 죄송하여..



그 땐 그런 은혜가 기적이란 것을 실감하지 못했었다.

다시 사업이 번창해져 바빠지기 시작하니

일요일 성당 가는 일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다,

끝내 발길이 끊겼고, 이따금씩 친구 따라

미카엘라 수녀님이 운영하시는 심장병 어린이집에 들러

조금의 마음만을 나누는 정도였다.

그러다 다시 파멸.

그러나 다시 성당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 기적의 은혜를 받고서도,

그 큰 뜻,

그것을 다 헤아리지 못한 속념으로 살던 자.

다시 용서를 빌기마저 죄스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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