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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부산>물과의 대화 본문

靑魚回鄕(부산)

<부산>물과의 대화

SHADHA 2004. 1. 25. 11:23


가을 추억
2003






물과의 대화

장산 계곡의 개울과 작은 폭포들







나는 누구며

너는 누구니?







몰라 ?

나도 모르겠다....







우린 참 많이 닮았다.

무엇이 닮았느냐고 ?

그냥 흘러간다는 것이 닮았다.







상류에서 마를 땐 너도 마르고 나도 마른다.

상류에서 넘쳐흐를 때

너도 그것을 모아 가두지 못하고 흘려보내며

나도 그런다.







하얀 물거품을 내며 떨어지는 너의 모습에서

또 떨어지는 나를 본다.

그래도 쉬지 않고 떨어진다.

운명의 바퀴를 굴리며 산을 오르는 시지프스처럼...







그래도 넌 나보다 낫다.

어찌하였던 넌 흐르고 흘러 작은 강에 이르고,

그 강을 따라 이내 더 큰 강에 합류하여

언젠가는 큰 바다에 이를 것임에...







내겐 그런 미래의 보장이 없다.

그래서 두렵다.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죽음너머 그 이후....







하늘색깔 따라 빛을 내는 네가 부럽기도 하다.

초록 물이끼 색깔을 닮은 네가 부럽기도 하다.

내 가슴의 색깔은 왜 이렇게 어두운 잿빛인지....







난 너의 여정을 따라 갈 수 없지만

제 몫을 다하고 너의 위에 앉은 낙엽들을

저 먼 바다로 데려가

바다 구경시켜주고 위안해 주면 좋겠다.







먼 훗날 내가

푸른 등을 가진 물고기로 태어나든지,

나무 잎으로 태어난다면 널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

지금보다 더 친밀한 사이가 되어....







난 아직 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넌 물이고,

쟤는 나무며,

쟤는 돌인데..

난 무엇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다시 태어 날 수 있다면

너와 같은 물이었으면 좋겠다.

높은 산 계곡 따라 이리 저리로 흘러들면서

조약돌과 바위 틈새를 간지러대며 장난치는...

아무런 시름이나 욕심 없이도..







그래,

주제넘은 생각일지는 모르나

너와 같은 자연의 일부였으면 좋겠다.


시름없이 바다로 흘러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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