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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미루나무05 새벽 4시 서울역 본문

미루나무 푸른숲

미루나무05 새벽 4시 서울역

SHADHA 2004. 2. 2. 21:36


미루나무



miru



새벽 4시 서울역


05/06








남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새벽 4시
서울역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다.
울부짖지 않는 짐승은 이미 죽은 것이다.
너무 비대해져서 제 몸 하나 추스리지 못하는 서울이 왠지 안쓰럽다.
아직 전철도 안 다니는 시간, 지하 목욕탕으로 내려간다.
더운 물로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고 잠깐 선잠을 자고 나면
와글와글 드디어 서울은 살아움직인다.
얼른 서울을 빠져나오기 위해 첫 전철을 탄다.
서울은 너무 시끄럽다.
서울은 너무 화려하다.
서울은 너무 복잡하다.
서울은 너무 뻔뻔하다.
서울은 가난을 너무 무시한다.
서울은 부자를 너무 좋아한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서울을 동경하지 않는다.
가끔 고궁이 그리울 때 놀라가는 곳이다.
가끔 좋은 영화 보고 싶을 때 나들이 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