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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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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푸른숲

미루나무06 책 읽어주는 여자

SHADHA 2004. 2. 2. 21:39


미루나무



miru



책 읽어주는 여자

05/26





05

     

     팔 뻗어야 겨우 닿을 두 의자 사이에
     로즈마리 향이 나비처럼 날아왔다 사라진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너에게 책 한 권 읽어주고 싶다.
     너는 눈을 감고 들을까?
     눈 감은 세상 뾰족한 콧대 위로
     오월의 햇살이 살짝 미끄러질 때
     나는 소멸의 아름다움 158쪽을 읽는다.
     '세상을 선택할 때에는 쾌락과 고통, 기쁨과 슬픔,
      건강과 질병, 환희와 후회도 함께 선택하는 것이다.'

      둔탁한 내 목소리도 가끔은 명랑소녀 코맹맹이 소리로
튀어 오른다.

      너는 가끔 눈을 뜨기도 하지만
      나는 책장만 바라본다.
      코 안 가득 스미는 것은 너의 살내음인가, 로즈마리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