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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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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샘

푸른샘24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이른 아침에

SHADHA 2004. 2. 1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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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샘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이른 아침에...

07/24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이른 아침에...


섬은 밤에 더욱 고독한 아름다움을 뿜어냅니다. 작은 대지 위로 쏟아질 듯 풍성한 별들과 보름을 지나며 닳아져 가는 달의 처연함이 빚어낸, 바람 따라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스친 듯 느껴지는 누군가의 그림자, 아 그 아쉽고 애틋한 기다림이 있습니다. 바람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거세지고, 파도 소리는 귀바퀴 아래까지 달려들듯 철썩거립니다. 진한 어둠 속에서 온통 덜컹거리는 공기들 때문에 자주 깨이며 다시 이어지는 설잠을 잤습니다.

새벽은 육지보다 섬에 먼저 도착합니다. 밤새 보채던 바람이 좀 자고 고요하고 투명한 바닷빛이 홀로 모래 언덕 쪽으로 오르게 합니다. 어둠 속에서 먼저 깨어난 야광의 모래알들이 시리도록 하얀 벌판을 이룬 곳을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이른 시간에 걸어갑니다.

동녘의 새벽노을은 해를 잉태한 불룩한 배에 보라, 주황, 블루의 베일을 두르고 활짝 날개를 펼칩니다. 이윽고 그 어깨 아래 드러나는 완벽한 원형의 새 해를 보여주려고, 뜸을 들이며 서성이게 합니다. 마치 우리들의 첫 애가 태어나던 아침처럼... 그 살아있는 생명의 탄생처럼 아름다운 보석- 일출을 따라 눈을 부시며 크게 뜹니다.

섬의 하루는 일상 사이에 끼인 책갈피처럼 일탈의 환희와 휴식을 주고, 많은 생각과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우리 모두는 항상 길 떠나는 사람이지요. 오늘도 우리는 가야할 길 위에 서있습니다. 혹 끊어진 길을 잇기도 하며 때로는 쫓기듯, 때로는 머뭇거리듯 성숙의 흐름을 계속하며 쉼 없이 걸어갑니다.


         '00.7.24
         의료 봉사 다녀온 푸른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