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ALOHA
11/10
ALOHA
알로하! 하와이 원주민 폴리네시언의 언어로 안녕, 반갑습니다..라 한다
그 이름을 가진 집에서 4년 동안의 빛나고도 소용돌이치는 청춘을 보냈다.
일찍이 이국 땅으로 부푼 꿈을 안고 찾아간 사탕수수 농장... 그 뜨겁고도 광활한 수수밭에서 그리움도 외로움도, 차마 눈물로 흘리지 못한 사람들이 보내 준 기부금... 각자의 서명들 아래 1달라, 2달라, 이승만 대통령의 감사 사인까지 든 모니터 화면만한 액자가 누렇게 바랜 글씨를 담고 걸려 있던 집. 알로하. 일명 노국 공주의 집이라서 때로 우아하고 때로 낡은 마루만큼 초라하게 지낸 추억들... 대추 따던 날의 함성. 딸기잼 끓이던 날의 벌집 소동. 파트너를 초대할 수 있던 크리스마스 파티. 우리는 무의식 속에서나마 하와이에 살고 있었다.
알로하. 하와이는 푸르렀다. 새순처럼 싱그러운 내 아이들처럼... 그곳에 보란 듯이 그림같은 별장을 가진 남진, 진주가게를 가진 송옥숙. 그러나, 탄생석인 진주를 사지 못했다. 그 유명한 남양만 진주가 누구의 눈물인지 두려웠다. 동족의 노동력이 헐값에 착취당하여 흘린 땀방울인지, 가미가제로 날아온 청춘들의 핏방울인지, 아리조나 전쟁 기념관 근처에서 진짜 설렁탕에 깍두기를 씹으며 마음이 매웠다.
하와이의 거리마다 지천으로 자연스럽게 피어있는 꽃들... 그래서 공항에 내리는 이마다 꽃 목걸이 레이를 걸 수 있는 곳. 양귀비꽃처럼 화려한 빛깔의 하와이 무궁화. 이름 모를 풀꽃과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통꽃... 순식간에 키만큼의 길이로 꿜 수 있는 꽃. 꽃의 나라다.
집들은 하얗고, 내밀은 베란다를 가지고 있다. 하얀 플르스틱 의자. 혹은 등의자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꿈 꿀 수 있는 곳. 하루 한 차례 서늘한 바람이 불고 , 열대성 빗줄기도 가볍게 적셔주는 常夏(상하)의 섬. 노인이 되어 살고싶은 곳. 추억과 회상으로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곳.
마일리지 삼만 킬로만 더 모으면 이 겨울에도 다녀올 수 있는 곳. 가고싶은 하와이.
알로하오에(잘 있으라.)
'0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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