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흘러내리는 수채화 그림 속으로...
08/23
흘러내리는 수채화 그림 속으로...
하루 종일 남창에서 마음 비워 앉았자니 南窓終日坐忘機 뜨락에 사람 없어 새가 날기 배우네 庭院無人鳥學飛 가는 풀의 여린 내음 찾기가 어려운데 細草暗香難見處 엷은 안개 지는 해에 비는 부슬부슬 澹火因殘照雨雨
강희맹의 <병여음/病餘吟>이라는 漢詩입니다.
**찻물 끓이는 소리가 소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처럼 멀어지고, 푸른 김은 허공으로 자취 없이 사라집니다. 내 마음이 희고 내 속이 텅 비자 비로소 사물의 본디 모습, 맑은 삶을 고집한 올곧은 禪人들의 자세와 참 소리가 보이고 들립니다.
그대, 뒤늦게 날아온 한 마리 새처럼 애틋하여 내 생각의 지형을 바꾸고, 내 사유의 발길을 늦추며, 내 장막을 해체시키고, 나의 목적지를 수정케 한 의미심장함이여... 이제 내가 나를 잊자 그대도 없고 나도 없는 빈자리에 오직 깨달음만이 남았습니다.
뜻 없이 몰두하여 온몸이 알 수 없는 활기로 서성이며, 낯섬과 낯익음으로 交織되는 삶이 즐거워 항상 설래며 산 동안이 오직 행복이었음을...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시 쓰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詩情畵意)하여, 저 먹장구름 아래 한 줄기 시원한 빗줄기를 기다리며, 水溶性의 내 마음을 내다 널어봅니다. 지난 밤 울어대던 풀벌레들이 숨어든 풀잎조차 시들어, 한없이 고요한 마당가에 나 홀로 서서 도달할 길 없는 먼 산, 구름 위의 그대 자취를 낯설게 바라봅니다.
'00.8.23 주영훈의 '노을의 연가'를 들으며 푸른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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