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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푸른샘46 방랑자여... 본문

깊고 푸른 샘

푸른샘46 방랑자여...

SHADHA 2004. 2. 1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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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샘




방랑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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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여...


자연 속을 떠도는 자는 가장 젊기에, 영원히 젊습니다.
그대의 시야는 유연하고 광활합니다.
그러기에 어떤 지형이나 산세를 만나도 빈틈없이 품어 안을 수 있습니다.
그대의 찰라는 정지된 호흡 속에
수억의 영겁과 시원의 빙하를 소생시킬 수 있습니다.


대장엄의 북극해에서 흘러온 시린 영혼의 통증이,
가을빛 영혼 속으로 삼투되어 스밀 때...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빛과 바람, 그리고 습기로 결빙되어
그대 기억의 가지 끝에 설화로 매달린 슬픔도 봅니다.


잠수된 수면을 접어 만든 데칼코마니...
거울 속에 갇힌 한 무리의 군상들은
잔털도 없고 비늘도 없이 순결한 몽환의 연체 동물,
해파리가 되어 황홀한 렌즈 속을 유영하는 밤입니다.


어두움을 불어내는 하얀 입김 앞세우고
그대 마음이 활주하는 은빛 날개 짓으로 송두리째 시야를 열면.
문득 투명한 새벽,
아직 향기로운 푸름을 찾아
믿음에 가득 찬 행보를 내딛습니다.



'0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