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도연명처럼...
01/28
너는 내 마음의 한켠에 意味있게 자리잡은 한 존재이다. 그리고 나는 너의 옷깃 안에 價値있게 자리잡은 한 존재이다. 내 곁에 네가 오래 머물수록 빛을 발하고 질리지 않는다면 너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바로 그 사람 아니냐?
너의 생명과 생생한 눈빛이 마음의 빈 공간을 꽉 채우고 더 이상 무슨 생각을 할 수도 없이 팽팽하게 부풀려 버렸다.
나는 네 안의 보물섬을 찾아 海圖를 펴고 살피지 않았다. 왜냐면 불빛 하나 비취는 곳, 그쪽을 향한 친화적 항해는 어설픈 讀圖法을 앞지르고 있지 않음이랴.
그 불빛이 던지는 따스함 아래 흥건히 고인 내 슬픔과 남은 어둠 속에 흩어진 내 꿈들을 애써 쓸어 보듬는 찬 손 하나 있다.
사랑아, 내 삶의 뿌리깊은 은유여, 용암처럼 솟구치는 물기둥 따라 부서지듯 현란한 푸른 잎새들의 황홀한 박수 소리여. 내 産苦의 아픔을 어루는 너의 미소는 타고난 性情이다지만, 흔연히 머물러주는 너의 시간만은 다시없는 지고한 희생임이랴.
네가 주고 내가 받은 것을 다시 헤아려 무엇하랴. 그것은 하나의 물방울처럼 친화하고 귀속하여 풀잎 위로 밝고 맑게 흐르는 한 점 이슬일 뿐이랴...
내 빈곤한 정신의 虛飢를 열고 네 영혼의 原形質로 채우나니 이별이란 어느 새 저 까만 밤하늘 속으로 날아 가버린 철없는 향기이며 덧없는 呼出임이라.
'02.1.28
도연명처럼, 이야기 나눌 친구 하나 없어 술잔을 들어 외로운 자신의 그림자한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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