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편지.
09/16
Shadha 님,
오늘은 이른 가을비가 내립니다. 여전히 아름답고 감성이 넘치는 칼럼을 둘러보며 오래 소식 못 전한 것, 용서를 빕니다.
지난 여름엔 십 이년 전에 갔던 같은 코스로 미 동부를 돌아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다니던 그 느낌이... 참 착잡하기도 했지요.
지금은 군에 복무 중인 작은 애가 지난 겨울에 오스트레일리아에 가서 보낸 편지. 대학생의 글인가 의심이 가는 것이지만, 지금 보니 마냥 귀엽고 보고싶네요.
Shadha님, 이 가을엔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과 내면 정서를 가꾸시는 일에도 즐거움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행복한 중추절 지네시고요. 우리 작은 아들의 글 가감없이 올려봅니다. -,-
'02.9.16
제자리에서 푸른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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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오이소~~
여긴 오아시스임당.. 지금막 투어를 마치고 드러와서 형이 샤워하는동안에 멜쓰고 있어영 ㅎㅎ 어제는 스노쿨링했는데 산호초가 발밑에 별처럼깔린게 정말로 죽이는 투어엿져 하하하 정말 그레이트한 도시임다 캐언즈..ㅋㅋ 수중카메라를 비싸게 구입하여 놓치기 시른 장면을 찍었구영 엄청 잼께 놀아서리 등이 다 타버렸움다.. ㅡㅡ^ 오늘은 쿠란다 엄마가 보내주신 그 자료에도 있는 쿠란다 마을에 투어로 갔다왔어여 지금 방금 막 도착했네영.. ^^ 쿠란다에선 케이블이 가장 인상이 깊었는데 7키로 정도를 케이블로 쿠란다에서 캐언즈까지 산을 넘고 계곡을 넘어 가는 거에요.. 바론계곡 스케일이 어마어마 하져.. 여름이라 물이 별로 업었던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하튼 쿠란다 케이블 정말 놀라웠슴다..하하 200년된 나무는 기본이고 1억년에서 4억년까지 산 장수한 나무들이 즐비하게 50미터씩 하늘을 덮고 있었궁 우린 그 위를 약 고지 570미터정도하는 하늘은 케이블을 타고 날아왔다 아닙니까..!! 산을 하나딱 넘는데 아조 기가막힌 캐언즈 시가 한눈에 확 드러오는데 와~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여 언제한번 기회가 되면 엄마아빠에게도 한번 추천해보고 싶은 멋진 곳이었움다 이제 씻고 내일할 투어를 찾아봐야겟넹 ^^ 내일은 뭘할지.. 하나하나 투어가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히 한다고 자부함다 하하 여기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여 엄마아빠에게도 정말 감솨드륌다..ㅎㅎ 여긴 파라다이스 마자여 저 걍 여기서 뿌리박을래용 구럼 안냥~ 엄마아빠 빠빠시 see ya~ p.s 울둘다 건강하고요 밥은 호텔부페가 아니라도 조금만 시내로 나가서 머그면 울나라 돈으로 5마논정도는 기본임다.. ㅡㅡ;; 그런걸 어케 먹어여 캐언즈 떠날때 한번 한국식당이나 가서 비빔밥이나 먹어야쥐..ㅎㅎ
아무런 바램도 없이...
사랑하는 이여... 꽃 피고 향기로운 유월, 그대 생일엔...
쪽지 달린 비둘기일랑 보내지 않으려오. 향수를 덧뿌린 장미 상자도 보내지 않으려오. 그대 작은 손가락에 어울릴 루비반지도 검은 레이스로 뜬 우아한 장갑도 준비하지 않으려오.
사랑하는 이여... 꽃 피고 향기로운 유월, 그대 생일엔...
오직 구름 베일 거느린 푸른 하늘 한 자락, 붙박이 말미잘로 살다가 드디어 산호초가 되어버린 푸른 섬 하나. 그 섬 위를 떠도는 맑고 푸른 노래 한 소절. 빙수처럼 부서져 쏟아지는 삼림의 빛 회오리들뿐.
사랑하는 이여... 꽃 피고 향기로운 유월, 그대 생일엔...
남태평양으로 향한 에머랄드빛 창가에 바람으로 다가가 유리보다 차고 투명한 내 마음의 접시 위에 우리들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쉼없는 기도와 간구의 언어를 담아 눈 부시게 정결한 그대 아침 식탁에 놓아드리리다.
아무런 바램도 없이... 맨 처음 고요와 순수가 만나는 그 시간으로 회귀되기까지.
'02.6.12
오세아니아에서 출발한 푸른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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